일루미나티라는 비밀결사와 로마 교황청 간의 갈등을 담은 영화 <천사와 악마>. 일루미나티는 반물질로 바티칸을 폭파시킬 것이라며 카톨릭 교회를 위협한다. 영화 속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의 비토리아 박사는 “반물질 1g이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보다 강력한 파괴력을 낼 수 있다”고 말한다. 대체 반물질이 무엇이길래 이처럼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다는 것일까.
1928년 영국의 물리학자 디랙은 ‘소립자에는 마치 거울의 상처럼, 질량이 같으면서 전하가 반대인 반입자가 모두 있다’는 ‘반물질 이론’을 발표했다. 반물질은 보통의 물질을 구성하는 소립자인 △양성자 △중성자 △전자 등의 반입자인 △반양성자 △반중성자 △양전자 등으로 구성된 것을 말한다.
이론으로만 존재해왔던 반물질의 실체는 2010년 처음으로 발견됐다.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는 2010년 세계 최초로 반수소 형태의 반물질 원자를 포착해냈다. 물론 물질과 충돌할 경우 사라져버리게 되는 반물질의 특성상 약 0.172초간의 포착일뿐이었다. 하지만 이를 통해 빅뱅 이론에서 말하는 ‘우주가 최초로 탄생할 때 당시 물질과 반물질이 동시에 생성됐다’는 논리를 어느 정도 풀어낼 기회가 생겼다.
그렇다면 영화에서처럼 반물질은 한 도시를 폭발시킬 수 있을까? 이는 충분히 가능하다. 반물질과 물질이 서로 접촉하면 전자와 양전자(전자의 반입자)가 충돌하여 없어지는 현상인 ‘쌍소멸’이 발생한다. 충돌의 결과로 전자와 양전자는 사라지고, 감마선 또는 다른 입자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발생하게 된다. 원자력 발전과 핵무기의 원리인 핵분열 역시 강력한 에너지를 발생시키지만, 이는 낮게는 전체 질량의 1%정도, 높아도 2~30%정도의 에너지 효율성만 지니고 있다. 그러나 쌍소멸의 경우 반물질이 물질의 대칭점에 존재해, 둘이 합쳐지면서 완벽하게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로써 열효율이 100%까지 나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반물질이 공상과학(SF)영화에서 주로 등장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 예컨대 영화 <스타트렉>에 등장하는 우주선은 반물질 연료로 움직인다. 그리고 이는 실제로 우리가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까지 사람이 만든 운송 수단의 최고 속도는 아폴로 10호가 달에서 지구로 귀환할 때 기록한 시속 3만 9,897km다. 하지만 이 정도의 속도로는 우주여행을 실현할 수 없다. 이 속도로 태양과 가장 가까이 있는 항성계인 ‘센타우루스자리 알파 A, B’까지 가기 위해서는 약 11만 8000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반물질 엔진이다. 미국 첨단 기술 회사 ‘에이치바 테크놀로지(Hbar Technologies)’는 지난달 24일 경제 잡지 <포보스>를 통해 ‘반물질과 물질이 소멸할 때 방출되는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이용한다면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계에 도달하는 시간을 약 10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며 ‘이때 얻을 수 있는 추진력은 빛의 속도의 약 40%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화 끝 부분, 패트릭 맥키나 궁무처장은 헬리콥터에 반물질을 담은 자기장 트랩을 싣고 높이 올라가 공중폭발 시켜 바티칸을 구한다. 그러나 이는 실제로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리틀보이의 수배의 위력에 달하는 파괴력을 지닌 반물질폭탄은 작은 도시인 바티칸을 지구상에서 없애버리기에 충분한 위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영화 속 등장하는 반물질 폭탄. <천사와 악마>는 폭탄을 이용해 바티칸을 폭파시키고자 하는 일루미나티와 이를 막으려는 로마 교황청 간의 갈등을 담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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