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에 최종 선정된 21개 대학을 발표했다. 최소 수십 억 원의 돈이 걸린 사업에 최종 선정된 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의 희비가 엇갈렸다. 결과 발표와 함께 거센 후폭풍도 예고된다. 탈락한 대학 내부에서는 책임공방이 벌어졌고, 선정된 대학도 약속된 구조조정을 실행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올해 대학가를 뒤흔든 최대의 이슈였던 이 사업은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가, 그리고 우리에게 어떤 과제를 남겼는가.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발표에 따르면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program for industrial needs, PRIME) 사업, 통칭 프라임 사업에 최종 선정된 대학은 총 21개교이다. 사업을 신청한 75개 대학 중 54개의 대학이 탈락했고 결과적으로 대형 유형에 9개교, 소형 유형에 12개교가 선정됐다. 이들 대학은 적게는 수십 억 원에서 많게는 백억 원 이상의 지원금을 받게 된다.
프라임 사업은 대학이 사회수요에 맞춰 교육과정을 편성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목표 아래 진행됐다. 교육부 보도자료는 프라임 사업을 ‘학령인구 감소, 청년실업률 증가, 분야별 인력 미스매치 등에 정부와 대학이 힘을 합쳐 선제적으로 대학의 체질개선에 나설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대학이 미래의 사회 수요를 반영하여 정원조정 등 학사구조를 개편’하도록 유도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3년간 6,000억 원 가량의 재원이 투입되면서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대학지원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에 책정된 예산만 2,012억 원으로 만약 대형 유형인 ‘사회수요 선도대학’에 선정될 경우 최대 300억 원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사업 추진 놓고 학내갈등 이어져

프라임 사업의 바람은 대학가에 심각한 학내분규를 불러왔다. 애초부터 대규모의 정원조정을 전제로 한 사업인 만큼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기 때문이다. 정원축소 및 통폐합의 주 대상이 된 인문사회 계열과 예체능 계열의 반발이 특히 심했다. 인하대학교(이하 인하대)에서는 통폐합 대상이 된 문과대학과 예술체육학부 학생들이 침묵시위와 장례식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화여자대학교 총학생회는 ‘이화여대가 죽었다’며 학교 정문에 근조화환 20여개를 설치하고 프라임 사업 계획 공개와 총장 면담을 요구했다. 학생들만 반기를 든 것은 아니었다. 숭실대학교에서는 인문대학과 자연과학대학의 학장 및 학과장 16명이 보직에서 사퇴했다. 본부의 정원조정안이 이들의 반대에도 정원조정위원회와 교무위원회를 통과한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이 같은 갈등에 대한 우려는 프라임 사업 계획이 처음 공개됐던 작년부터 나왔다. 대규모 정원조정이 필수적인 사업에서 어떻게 정원조정 대상 구성원을 설득할 것이냐의 문제가 떠올랐다. 경희대학교나 인하대 등에서는 이 시기부터 구조조정 계획이 드러나고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 1월에는 21C한국대학생연합과 8개 대학 총학생회가 프라임 사업이 대학을 망치고 있다며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가 내놓은 대책은 프라임 사업 평가지표 중 하나로 ‘대학구성원 간 합의 및 참여 유도방안’을 추가한 것에 그쳤다. 이는 도리어 대학이 구성원들을 압박하게 만들기도 했다. 지난 3월 <한국대학신문>은 중앙대학교(이하 중앙대) 본부가 구성원들에게 회유와 압박을 가하며 합의를 종용했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중앙대 김창수 총장이 정원감축에 반대하는 인문대학과 사범대학 교수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압박하는가 하면, 경영대학 교수들에게는 1인당 200백만 원 상당의 수당성 혜택을 주겠다고 회유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지난 3월 24일에는 모든 단과대학이 프라임 사업에 찬성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인문대학과 교수협의회의 반발로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기존 대학정책 기조의 연장선…
근본적 의문 제기되기도

프라임 사업은 박근혜 정부의 일관적인 정책기조의 연장선상에 있다. 현 정부가 추진한 주요 대학재정지원 사업인 △대학 특성화 사업(CK 사업)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ACE 사업) △BK21 플러스 사업은 모두 구조개혁 결과에 가산점을 준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즉 정원조정은 정부의 대학재정지원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항상 중요한 요건이었다. 이 때문에 우리 학교 역시 CK 사업에 참여하게 위해 7%의 정원감축을 단행한 바 있다.
하지만 프라임 사업은 정원조정의 형태가 ‘감축’이 아닌 ‘이동’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다른 사업들이 ‘정원을 얼마나 축소했는가’를 평가했다면 프라임 사업은 ‘정원을 얼마나 이동시켰는가’에 초점을 뒀다. 이번에 프라임 사업에 최종 선정된 21개 대학에서 이동되는 정원 규모는 총 5,351명으로 이들 대학 입학정원의 약 11%에 달한다. 특기할만한 점은 정원의 절대 다수가 공학계열로 이동했다는 사실이다. 교육부에서 발표한 프라임 사업에 따른 계열별 정원조정 증감현황을 살펴보면 △인문사회 계열에서 2,500명 △자연과학 계열에서 1,150명 △예체능 계열에서 779명이 감소한 반면 공학 계열은 4,429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장기적으로 인력의 미스매치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프라임 사업을 통해 이동된 정원의 대다수가 공학계열로 몰려 있어 도리어 과잉공급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교육연구소는 ‘2016년 고등교육정책 전망’을 발표하면서 “우리나라 학부과정 공학 전공자 비율이 이미 세계 최고수준일뿐더러 최근 공학 분야의 취업률이 하락세로 접어든 상황”이라며 “이러한 정책은 이후 공학 분야의 인력 과잉공급으로 귀결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근본적으로 대학정책의 목적과 방향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우선 과연 대학이 취업률을 이유로 사회수요에 맞춰 교육과정을 재편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작년 10월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 사업 공청회에서 신승훈(경성대 인문고전학) 교수는 “정말 사회가 원하는 것이 취업 잘 되는 학과인가”라며 “대학이 취업을 못시키는 이유가 대학교육의 문제인가. 경기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일자리가 안 생겨서 그런 것 아닌가”라고 지적해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와 함께 이 같은 사업들이 지나치게 단기적으로 준비되고 실행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프라임 사업의 경우 사업 공개로부터 신청까지 대학들에게 주어진 기간은 4개월 정도에 불과했다. 정부에서 대학에 재정지원을 하는 기간도 3년에 그친다. 이에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김유경(경북대 사학) 사무총장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1년도 안 걸려 준비한 사업에 누구는 붙고 누구는 떨어진다”며 “그런 사업들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프라임 사업 본격적으로 시작,
후폭풍도 거세

프라임 사업 선정 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심의과정을 끝났지만 진짜 사업은 이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선정된 대학들은 이제 사업을 포기하거나 되돌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중도탈락이나 신규선정도 없다. 만약 정원조정을 실행하지 않거나 다시 원상복귀 시키면 앞으로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사업 참여 대학들은 당장 2017년 입시부터 정원조정을 반영해야 한다는 부담을 지니게 됐다. 지난달 29일로 예정됐던 결과발표일이 지난 3일로 미뤄지면서 시간이 더욱 촉박해졌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수정된 모집요강을 제출하고 심의 받는 작업을 한 달 내에 끝내야 한다. 마냥 기뻐하고 있을 여유가 없는 것이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하루아침에 문과 정원 3,000여 명이 줄었고 이과 정원 3,000여 명이 늘어났다. 통·폐합 되는 학과와 신설되는 학과도 적지 않다. 정원조정이 불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지, 지원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원조정에 따라 예외적으로 이공계에서 문·이과 교차지원을 허용해 주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사업을 신청했다 선정되지 못한 대학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학내에서 고개를 드는 책임론도 부담스럽지만, 프라임 사업에 따라 계획했던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을지의 여부도 문제다. 평가 과정에서야 ‘사업에 탈락하더라도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추진할 자금이 없는 상황에서 현실화는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사업 탈락과 함께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됐다는 것도 추진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지난 5일 <동아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이미 많은 대학들이 구조조정 계획 수정에 들어갔으며 아예 구조조정을 백지화 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이에 교육부에서는 선정 여부와 무관한 정원조정을 권유하고 있지만 이를 강제하거나 재정적으로 지원할 계획은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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