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월 중국 과학자들이 인간배아의 유전자 편집 실험에 관한 논문을 과학잡지 <Protein&Cell>에 게재했다. 이 실험은 배아에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한 첫 사례였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사이언스>가 선정한 ‘2015년 10대 획기적 과학 연구 성과’에서 1순위로 꼽힌 기술로, 유전자 편집 기술의 혁명을 일으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간 유전자 편집에 대한 윤리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인류의 위대한 성취인가 아니면 재앙의 씨앗인가. 유전자와 유전공학이란 무엇인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왜 뜨거운 화두가 된 것인지에 대해 알아봤다. 

 

   유전자 편집기술의 혁명이라 불리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표현 그대로 유전자를 자르는 가위이다. 그렇다면 유전자 가위가 절단하는 유전자의 정체는 무엇인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앞서, 바탕이 되는 유전자와 유전공학의 내용을 알아보자.

 
생명 정보의 보고, 유전자
 
  유전자란 부모에게서 자식에게 물려지는 특징으로, 유전 정보의 단위를 말한다. 유전자의 실체는 DNA가 배열된 방식이다. DNA는 △당 △인산기 △질소 염기(이하 염기)로 이뤄진 분자 단위체가 사슬처럼 연결된 이중나선 구조의 중합체인데, 구성 중 염기의 배열은 단백질의 정보가 암호화되어 있다.
  이러한 DNA에서 단백질로 유전정보가 흘러가는 과정은 ‘전사’와 ‘번역’을 통해 이뤄진다. 유전자는 먼저 RNA 형태로 전환되어 유전 정보를 보내는데, 이처럼 DNA의 유전정보를 RNA로 옮기는 과정을 전사라고 한다. 한 가닥의 DNA가 주형이 되어 일련의 메커니즘을 통해 이와 염기서열의 짝이 맞는 RNA가 합성되는 것이다. 만들어진 RNA는 RNA의 염기서열을 따라 아미노산 사슬이 만들어지는 ‘번역’ 과정을 거쳐 단백질을 합성한다. 합성된 단백질은 생명체를 구성하고, 체내 화학반응의 촉매 역할을 하는 등 생명 활동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생명의 정보를 연구하다
 
  유전 정보에 관한 연구들은 놀라운 과학적 발전을 이끌어 냈다. 특히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유전공학은 인류에게 필요한 물질이나 생물을 대량으로 손쉽게 얻을 수 있게 했다. 기존의 생물체에 다른 생물체의 유전자를 끼워 넣어 새로운 성질을 갖도록 한 유전자변형생물(GMO)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이러한 유전공학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의 바탕으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정태준(생명과학) 교수는 “유전자 재조합은 기존의 DNA 조합을 새롭게 하는 것”이라며 “유전공학은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유전자 재조합을 인공 기술로 가능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유전공학에서는 유전자 재조합을 어떻게 실행할까. 먼저 원하는 유전정보를 지닌 DNA와 해당 정보를 넣고 싶은 생명체의 숙주세포가 필요하다. 마치 옷을 수선하듯이 유전자 재조합은 유전자를 조작한다. 수선하고 싶은 부분(숙주 세포의 특정 DNA 부위)를 가위(유전자 가위)로 자른 후, 새로운 천(원하는 유전 정보가 담긴 DNA)을 실(DNA 연결효소)로 연결하는 것이다.
 
유전자 가위의 발명
유전자 재조합의 새 지평을 열다
 
  유전자 재조합을 위해서는 DNA의 특정 염기서열을 자르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이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유전자 가위이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1970년대에 특정 염기서열을 인지하고 자르는 ‘제한효소’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6~8개의 염기서열 만을 인식하는 제한효소는 30억 개가 넘는 DNA를 정밀하게 탐지하기 어려웠다. 때문에 제한효소의 정밀한 탐지가 어려운 단점을 보완한 유전자 가위가 개발됐다. 1세대 유전자 가위 징크핑거 뉴클레이즈(Zinc finger nuclease, ZFN)와 2세대 유전자 가위 탈렌(Transcription Activator-Like Effector Nucleases, TALEN)이 그 것이다. 이들은 각각 징크핑거 단백질과 TAL effector 단백질이 DNA 탐지 기능을 수행하고, foKⅠ제한효소의 절단 도메인이 DNA를 절단하는 방식으로 기능한다. 그러나 두 유전자 가위 모두 인식 역할을 하는 단백질 제작이 쉽지도 않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유전자 가위를 만들기 위해 더 이상 골머리를 앓지 않아도 된다. 2012년 3세대 유전자가위 크리스퍼(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CRISPER-associated, CRISPER_Cas)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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