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합(團合)’은 말 그대로 마음과 힘을 한데 뭉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사회에서는 사회조직을 유지하는데, ‘회식’이나 ‘단합대회’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조직구성원들 간의 유대감 형성이 목적인 단합대회는 구성원 한 명도 빠짐없이 모여 동일한 의례를 학습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조직구성원들 사이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과거에 비해 조직중심의 사유보다 개인의 문화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인정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조직 중심의 문화를 학습하고 수행하는 것만이 내가 인정받을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의례인것만은 사실이다. 실제로 최근 대학생들이 ‘과잠’이라 불리는 ‘대학의 과잠바’를 많이 입고 다는 것도, 일정 정도 이러한 조직문화에 대한 무의식적 학습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인터넷 상에서는 유명대학을 다니는 학생 그룹만의 문화가 아니냐며 학교 차별을 노골적으로 한다며 분노하거나 혹은 과잠바를 입고 다닐 수 있는 대학생들을 부러워하는 수험생들의 글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이 보편화되면서 문제적인 사례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대학이 곧 나의 평생을 좌우하는 스펙이자 자격증으로 인식되는 우리 사회에서, 우리의 삶은 대학입학을 위해 설계된다. 따라서 사회가 인정하는 대학과 과를 선택하기 위해 무한경쟁의 사회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고, 이에 대한 보상심리도 크다. 또한 사회가 요구하는 것, 조직이 요구하는 것에 저항과 비판은 용인되지 않으며 무조건적으로 수행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 ‘무조건적’이 지속될 경우 이것은 바로 ‘폭력문화’로 변질된다.
지난달 2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여대생 캠퍼스 추락사건’편을 보도하면서, 여대생 추락의 원인이 대학교 내에서 자행되고 있는 폭력적 조직문화로 인해 발생한 것임을 고발했다. 방송에서 비춰지는 대학생들 간의 폭력, 폭언은 충격적이었다. 특히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재학생들의 ‘대면식’은 신입생들을 극도의 상황에 몰아넣고 난 후 충격에 휩싸여 있을 때, 몰래카메라였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재학생들의 행동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대학 내에서의 일상화된 폭력과 폭언을 경험한 대학생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아이러니한 것은, 선배라 불리는 재학생들 역시 신입생 환영식에서 똑같이 충격을 받았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조직문화를 수행하는데 동참하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조직생활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폭력문화를 체화하는데 적응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가르치는 대학교수, 조교들조차 이러한 문제적 상황을 알고도 묵인하고 있었고, 묵인의 이유가 바로 이러한 조직문화를 이겨내야만 우리학교 학생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그것이 알고 싶다>의 ‘대학생 엑스맨’편에서는 학교에 입학하지도 않은 학생이 전국의 대학을 떠돌아다니며, 그 학교 학생 행세를 하는 20대 청년을 보도하기도 했었다. 사회가 원하는 스펙을 영원히 취득하기 위해서, 그 청년은 자신의 삶을 버린 것이다. <여고괴담>의 학교를 떠나지 못하는 귀신처럼, 전국의 대학을 떠돌아다니는 20대 청년의 삶은 너무나 피폐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속한 조직 특히 대학 학과의 문제를 고발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나 하나만 눈을 딱 감는다면, 친구들과 멀어지고, 내 삶의 발판을 다시 찾아가야 한다는 복잡한 상황은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고는 패배주의적 발상이다. 선배라는 이유만으로 교수나 조교라는 이유만으로 하나의 인격체를 가진 사람을 함부로 대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또한 이러한 상황을 그냥 참고 넘어갈 경우, 또 다른 불공정한 상황에 내가 놓이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폭력의 일상화는 그 상황에 놓인 사람과 조직문화를 무기력하게 만든다. 이제는 이러한 문제를 정면으로 직시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폭력적 조직문화를 고발하는 대학생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문화적 장치 등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마음과 힘을 한데 뭉치는 단합대회는 자발적 동기가 중요하다. 이런 문화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사회에서 비판하는 ‘갑질’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는 매우 쉬워질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 변화에 동참해야 한다.  

이종임
성균관대학교 문화융합 대학원 겸임교수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