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꽃으로도 때리지 말하고 했다. 배우 김혜자 씨의 책 제목을 인용한 말이다. 뉴스를 보면 꽃이 아니라 제 부모로부터 말도 못할 학대에 시달리고 있다. 학대 수법마저도 잔인했다. 제 배 아파 낳은 부모가 맞는가 싶을 정도로 굶기고, 때리고, 락스를 붓고 심지어 암매장까지도 서슴지 않는 비정한 부모들이 연일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뉴스를 통해 나오는 사건들이 아동학대 중 극소수만을 다루고 있는 데다 지금은 다른 뉴스들에 가려 주목받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최근 일련의 아동학대 사건들을 보면서 지난 2013년 울산 계모사건이 떠올랐다. 울산에 살면서 울산 계모가 구속되고 살인죄가 인정되어 징역 18년을 받기까지를 지켜봤다.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칠곡 계모 사건과 함께 각종 언론을 통해 아동학대 문제가 조명되기 시작했다. 여러 차례의 보도를 통해 사회의 ‘아동학대 민감성’이 높아졌고 정부 차원에서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여론으로 들끓었다. 결국 <아동학대특례법>이 제정됐고 아이들이 법이라는 테두리 속에 있으면 좀 더 보호받지 않을까 기대했다. 시행된 지 2년 여가 흘렀다. 제정 당시부터 일각에서는 법의 실효성을 문제제기했다. 아니나 다를까 별 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아동학대특례법>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 아동보호시설 종사자들을 신고 의무자로 지정하여 신고 의무를 강화하는 등 기존 제도에서 강화한 법안이다. 그러나 이 법안을 두고 일부 아동 관련 전문가들은 신고 건수는 갈수록 증가 추세인 반면 전문기관과 상담원 등 인프라가 마련되어 있지 않고 예산도 턱 없이 부족해 ‘법 따로 현실 따로’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2015년 아동학대 건수는 1만 9,209건으로 2014년 1만 7,910건에 비해 7.9% 증가했다. 또한 아동학대 가해자의 80.3%가 부모이며 아동학대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장소가 가정(81.9%)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가정이라는 사각지대 속에 있는 피해자들을 특례법을 통해 보호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작년 12월 인천 지역 11세 소녀가 폭행과 굶주림에 가스 배관을 타고 맨발로 탈출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전국 초등학교에 ‘장기결석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가 벌어졌다. 그 후 아동학대 사건들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와 5명의 장기결석 아동이 아동학대로 사망한 사실이 밝혀졌다. 아직 장기결석 아동 가운데 소재 파악이 되지 않은 아동이 19명이나 남아 있다고 한다. 관심을 늦추기에는 이르다.
현재 뉴스에서는 선거 관련 이슈들을 앞 다퉈 보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아동학대’를 주제로 기고하게 된 것은 조금이라도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스마트 시대를 살면서 눈 깜짝할 사이 새로운 이슈의 뉴스들이 쏟아지고 아동학대와 같은 중요한 사회문제들도 쉽게 대중에 잊혀 진다. 하지만 아동학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가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이며 그 첫걸음은 주변에 대한 따뜻한 관심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고용절벽 위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를 하는 청년들의 관심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싶다. 청년들이 지치고 포기하고 싶은 그 길을 어쩌면 닿지도 못하고 꺾이는 많은 아이들이 있다. 삭막한 사회에 그래도 아직은 세상에 덜 지친 우리가 상처 입은 한 아이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김보은(신문방송학 석사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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