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건 사진이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추억이 아니라. 어디서 무얼 하든 간에 카메라부터 들고 본다. 그렇게 찍어진 사진들은 익명성을 달고 광장에 뿌려진다. 나 이외 다른 사람에게 보여 지기 위하여 더욱더 많은 사진이 생겨난다. 아주 사소한 일상부터 긴박한 상황까지 사진의 주제는 다양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생략된, 그 순간만의 아름다움을 우리는 기억하지 못한다.
문명이 발전함에 따라 향유할 수 있는 문화생활이나 여가활동이 더욱 다양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왜 우리는 그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관심을 필요로 하는가? 그 이유는 삶의 질 그 자체는 높아졌을지는 몰라도, 바쁜 일상 속에서의 개개인의 관계가 단절됨에 있다. 간단한 안부 인사조차도 기계에 의지하게 된 사회에서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지 않고 소통하는 것이 당연해져 버린 까닭이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식사를 할 때도 한쪽이 휴대전화만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당연히 다른 한쪽은 관계에서 단절된 체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사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당장 내 옆에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추억 쌓기에도 모자란 시간을, 사진을 찍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데에 다 써 버린다.
사진 찍는 대상이 사물이나 지인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찍히는 것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사람들은 피사체로 사진에 담겨 여기저기로 뿌려진다. 요즘 심각성이 대두 되는 ‘소라넷’에서도 여성을 몰래 찍은 사진들이 공유되고 있다. 가까운 인터넷상에서만 보아도 남의 사진을 무단으로 촬영하여 게시한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를 보면서 과연 우리에게 마음대로 사진을 찍고 게시하고, 또 폄하할 자격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아무리 사소하게 생각되는 사진일지라도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촬영하는 것이나 게시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행위인데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더 나아가 길거리에 싸움이 일어나 누군가가 심각하게 다쳤을 때나,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여 심각한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때와 같이 1분 1초가 급한 위급상황 시에도 우리는 카메라를 놓지 못한다. 이러한 아마추어 기자들 때문에 아무 죄 없는 사람이 마녀사냥을 당하기도 하고, 평생 잊지 못할 아픈 기억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도 있고, 사진 찍는 행위로 인해 골든타임을 낭비하는 사람들도 있다.
서로 대면하지 않고도 문명을 통해 빠르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도리어 우리를 액정 안으로 가두어 그 밖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러한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왜 우리가 다른 사람의 관심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하여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답은 간단하다. 이러한 편의가 생겨나기 이전으로 돌아가서 행동하기만 하면 될 것이다. 잠시 카메라를 내려놓고, 사진을 찍을 시간을 대신하여 눈앞에 있는 그대로를 느끼며 사람들과 직접 부딪히며 소통하려 노력한다면, 이러한 작은 효과는 다시 나에게로 돌아와 자신도 어디에선가 도둑 촬영을 당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한소정(대기환경과학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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