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로 전교 10등 안에 들어보기, 애인 만들기, 부모님 효도 여행 보내 드리기…” 이 버킷리스트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박수현 군이 작성했다. 평범하고, 작은 소망들은 평생 이루지 못할 것이 되어버렸다. 지난해 3월, 세월호 유가족들은 <금요일에는 돌아오렴> 북콘서트를 위해 부산 민주공원에 방문했다. 수현 군의 어머니는 아들의 이루지 못한 소망들을 얘기하면서 눈물을 보였다. 필자는 당시 부산겨레하나합창단에서 세월호 추모 공연을 하던 중이었기에 그이의 흐느끼는 뒷모습만 무대 위에서 볼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민주공원의 큰 방(대강당)을 가득 채운 시민들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지난달 28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주최한 제2차 청문회도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인양도 깜깜무소식이다. 여당 추천 특별조사위원들은 모두 불참했다. 언론에서는 국정원이 세월호 유가족들을 사찰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2014년 지방선거 때도 그랬다. 선거철이 다가오자 세월호 사건을 이용한 여론몰이와 정치적 협잡만 있고 제대로 된 대책이나 책임을 추궁하는 모습은 없었다. 세월호의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이들에게는 사회의 불안을 조장한다는 올가미가 씌워졌다. 선거가 끝나자 언론은 국민이 피로감을 느낀다며 보도하지 않았다. 정치인들은 세월호 때문에 경제 활성화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며 세월호 진상 규명을 뒷전으로 미뤘다.
2년이 지난 지금도 다르지 않다. 후보자들이 내놓은 공약도 정당 간의 구분이 불투명해질 정도로 모호해졌다. 그리고 공약 남발이 뒤따랐다. 공약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지기보다는 서로에 대한 비방과 흑색선전만 난무한다. 공중파 3사에서도 북한 관련 보도를 급증해 북풍 몰이를 시작했다.
이번 선거가 끝나도 달라질 것이 없어질 것이라며, 정치에 회의를 표하는 이들이 많다. 이는 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진다. 이를 한나 아렌트도 지적했다. 근대 사회에서는 노동과 사적 영역의 관심이 공적 영역의 관심을 압도한다. 그렇기에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만연하다.
한 유가족은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먹고 사는 문제가 바빠서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정치가 아니면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기에 전국을 돌아다니며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정치권을 움직이는 것은 우리 개개인들의 관심이다. 민주공원 큰 방을 꽉 채운 시민들의 관심과 애정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지금의 20대는 ‘정치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족쇄에 걸렸다. 정치에 무관심하기에 청년 관련 공약을 찾아볼 수 없고, 비중 있는 정치 주체로 주목받지도 못한다. 하지만 무관심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한나 아렌트는 타인에 대한 ‘사소한’ 무관심이 더 큰 ‘재앙’의 시작이었음을 경고하고 있다. 정치는 나에 관한 관심뿐 아니라 타인에 관한 관심, 나아가 우리가 살아갈 사회를 함께 쌓아 올려가는 일이다.
사전 투표가 시작되었던 지난 8일의 20대 투표율은 5%였다. ‘작은’ 무관심마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효원인 모두가 기억했으면 좋겠다. 무관심의 족쇄는 우리가 벗어던질 수 있다. 그래야 제2의 세월호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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