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가만히 있으라’라는 말에 울컥하고 반항심이 올라온다. 나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호기를 부려보지만, 결국 문제점을 보고도 행동하려는 의지를 가지지 못한다는 점은 여전하다. 그런 자신을 잘 알기에 이번 취재를 하면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왜 가만히 있었는가?
우리 학교 학생들이 북문과 쪽문 사이 도로(이하 공터)를 개선하고자 나섰다. 바로 ‘마음 디자인’ 프로젝트 팀(이하 마음디자인)이다. 그들 중에는 졸업유예생도 있었고, 양산캠퍼스에 통학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즉 온전히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음디자인은 공터 개선의 청사진을 그리고, 시민단체에게 개선비용 후원을 약속받는 등 개선사업을 위해 만발의 준비를 했다. 공터의 공동 소유주인 금정구청과 두산건설에 개선 동의를 받기만 하면 원활히 진행될 이 개선사업은, 금정구청에 의해 제동이 걸린 상태다.
금정구청은 마음디자인의 개선 제의를 수익성 사업으로 바라봤고 때문에 공터 개선을 불허했다. 이는 물론 양자 간 의사소통에 혼선이 있었거나 금정구청의 우려로 내린 결정일 수 있다. 하지만 제안을 평가하기 이전에, 금정구청은 어쩌다 학생들이 직접 나서서 공터개선을 요구하게 됐는지를 상기해봐야 한다. 공터의 개발사업 시행자인 금정구청은 지난 43년간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때문에 땅 표면은 울퉁불퉁 패어 있고, 관리자가 없어 쓰레기는 치워지지 않는다. 개발은 고사하고 관리조차 못하는 땅이었다면 진작 도시계획시설을 해제해서 다른 주체가 공터를 가지게끔 해야 했다. 그랬다면 지금처럼 통행에 불편을 겪는 학생들이 직접 금정구청에 민원제기를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바꿔보려는 학생들의 움직임마저 묶어버린 금정구청은, 그렇다면 우리에게 뭘 해줄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할 뿐이다.
기자가 취재를 위해 금정구청 담당자에게 연락을 했을 때, 가장 먼저 들려왔던 것은 “취재를 위해 해줄 말은 없다”는 말이었다. 자신들의 잘못을 시인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말 그대로 <부대신문>의 취재에 응해줄 수 없다는 거부표시였다. 담당자의 목소리에서는 자신들은 잘못한 것이 없다는 당당함이 묻어나왔다. 대학생들이 투정을 부린다고 여긴 것이었을까, 더 이상 자신들을 귀찮게 하지 말라는 표현이었을까. 그들이 편하자고 여직 놔둔 땅으로 인해, 불편한 도로를 걸어야만 하는 우리 학교 학생들은 안중에도 없어 보이는 그 태도에 헛웃음이 나왔다.
처음 공터개선을 기획했던 마음디자인의 한 학생은 일이 이렇게 커질지 몰랐다고 말한다. 도로를 정비해줄 수 있는 담당자를 찾다보니 그 속에 얽힌 복잡한 토지문제를 알게 됐고,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서라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 그는 금정구청장을 직접 만나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터개선사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금정구청 사람들을 귀찮게 하고, 이를 공론화시켜서 학내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끌어낼 것이라고 굳은 다짐을 하는 그의 얼굴은 희망에 찬 표정이었다. 이 공방전이 어떻게 끝날지 모르겠지만 마음디자인의 목소리만큼은 멀리 퍼졌으면 좋겠다. 우리 학생들도 행동할 수 있는 주체임을, 무시하기엔 큰 존재감을 가지고 있음을 그 반대편 사람들이 잘 알 수 있을 정도로. 

손지영 기자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