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총선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길거리를 걷다보면 지역의 미래를 바꿔보겠다며 자신들을 홍보하는 후보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 옆으로는 각 단체에서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걸어둔 ‘당신의 소중한 한 표가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들이 보인다. 주변에서는 특히 20대들이 투표를 해야만 우리나라가 바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투표를 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서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과연 어느 후보를 뽑느냐는 것이다. 물론 개개인마다 투표할 후보를 선정하는 기준은 다를 것이다. 저마다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를 뽑거나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을 고려해 한 표를 행사한다. 물론 우리가 어떤 기준으로 누구에게 투표를 하든 그 누구도 간섭할 수 없다. 하지만 저마다의 기준을 지켜보면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과연 우리가 지지하는 후보들을 얼마만큼 믿을 수 있느냐다.
부산에서 출마한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봤다. 어떤 정당이든 어느 후보든 그들이 말하고 있는 미래는 너무나도 찬란하고 유혹적이다. 대부분의 후보들은 일자리나 복지를 가장 우선으로 내세우고 있다. 대학 구조조정도 중단하고 학자금 대출의 금리를 낮추거나 실질적인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겠다고도 말한다. 어떤 후보를 선택해야 할 지 고민될 정도로 그들 모두 이 나라를 걱정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고민이 되는 이유가 후보들의 공약이 좋아서만은 아니다. 이미 머릿속에 자리 잡은 공약에 대한 불신이 주된 원인이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곧 임기가 끝나는 19대 국회의원들의 공약 이행률은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의 대부분은 여전히 진행중이지만, 폐기되거나 보류된 것도 상당수다. 4년차로 접어든 현 정부가 내세운 대선공약의 이행률도 약 43%정도라고 한다. 특히 경제·복지 부문의 이행률은 그보다 훨씬 저조하다. 몇 년 전 우리가 후보들에게 가졌던 믿음에 대한 답은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지금 이 나라의 현실이다.
이러한 과거는 관심도, 믿음도 없는 오늘날의 정치판을 만들어냈다. 언론과 미디어들은 20대 청년들에게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라는 기사를 매일같이 쏟아내고 있다. 매번 투표율이 부족했던 20대들의 관심을 나무라는 듯이 말이다. 정치에 대한 관심과 투표 참여는 당연하게도 너무 중요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자. 우리들의 투표율이 부족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20대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일까. 부족한 관심의 이유가 공약, 후보, 정당 중 어떤 것도 믿을 수 없는 나라의 상황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제 막 현실에 눈을 뜨기 시작한 우리들의 어리광인 것인가.
청년들의 정치 무관심, 이로 인한 투표율 하락이 우리나라가 ‘헬조선’이 된 이유라고 말하는 것만큼은 이젠 그만뒀으면 좋겠다. 또한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20대인 ‘우리’가 만들어낸 것이 아닌 과거의 ‘그들’이 만들었다는 것도 알아줬으면 좋겠다. 이미 청년들은 우리들의 소중한 한 표로 세상이 바뀌지 않은 이 나라의 모습을 지켜봤다. 그렇기에 이번만큼은 ‘소중한 한 표’가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길 바란다. 우리들의 한 표는 허울뿐인 ‘그들’의 공약이 아닌 ‘우리’가 소망하는 미래를 위한 것이다. 

주형우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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