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자신이 지독히도 싫어질 때를 마주한다. 그럴 때 마다 한 없이 우울해지기도 하면서, 더 이상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지 답답해져온다. 이럴 때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하야마 아마리 저/2012/예담)

   자신이 싫어질 때는 사람마다 각기 다를 것이다. 필자는 내가 처한 상황이 절망적인데 더 이상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고 생각될 때 자신이 싫어졌다. 하야마 아마리의 소설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의 주인공은 이런 감정에 죽음까지 결심한다. 그런데 이 결심을 통해 주인공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방 안에서 홀로 자신의 스물아홉 생일을 축하하는 주인공은 뚱뚱하고, 못생겼고, 혼자이고, 취미나 특기도 없고, 간신히 입에 풀칠하는 여자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내가 이렇게도 형편없는 인간이었나?’하는 생각을 주인공을 절망 속으로 밀어 넣는다. 자신이 왜 이렇게 됐는지 더듬어보다 ‘나란 인간이 살 가치가 있을까’라며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책의 문장들은 절망에 빠진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것 같다. 주인공은 이럴 바에야 죽자고 결심하지만, 막상 죽을 용기는 나지 않는다. 그러다 단 하루라도 미련 없이 호화롭게 살아보고 죽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녀의 마지막 목표가 생긴 것이다. ‘1년 후, 라스베이거스에서 최고의 순간을 맛본 후 서른이 되는 날 죽는다’.
  라스베이거스로 갈 돈을 벌기 위해 그녀는 호스티스, 누드모델까지 자처한다. 어차피 1년 살 것 망설이거나 고민할 필요가 없으니 겁 없이 뛰어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도전들은 그녀를 점점 변화시켰다. 과감한 도전을 통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열심히 살아본 것이다. 과거의 자신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을 그녀는 1년간 해냈다. 그렇기에 라스베이거스에서 그녀는 더 이상 죽을 필요가 없었다. 죽기로 결심한 스물아홉 단칸방의 자신은 이미 없기 때문이다.
  책을 덮은 필자는 조금 부끄러워졌다. 스스로를 나아질 기미 없는 절망적 상황으로 몰아넣었을 때, 주인공처럼 무언가 시도라도 해본 적이 있었는가 하는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책처럼 기적을 바란다면 발가락부터 움직여 봐야한다. 왜냐고 묻는다면 책의 마지막 장 구절이 훌륭한 답이 될 것 같다.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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