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들이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자생'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그들을 위해 매년 다양한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예술계가 이러한 주장을 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예술가들은 문화예술이 어려움에 처하는 것은 현재 예술계가 기형적인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중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예술의 공공성과 다양성에 대한 인식 부족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자본력이 있는 집단이 대중적 문화 흐름을 생산하고 있고, 다양한 문화를 접해보지 못한 시민들이 이러한 흐름을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대안문화행동 재미난 복수’ 김건우 대표는 “이미 소비자들의 취향은 결정되어 있어서 그와 다른 문화예술들은 외면을 받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 속에서 문화의 다양성은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화예술은 사회문제에 해결방안을 제시하거나 삶의 질을 높이는 등 사회의 공적 가치를 높여주는 공공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다양한 문화예술이 사라지지 않도록 국가 차원에서도 지원을 이어왔다. 그러나 예술인들은 현재 시행되고 있 국가적 지원이 문화예술의 지속가능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플랜비예술협동조합 송교성 대표는 “대부분의 지원 사업이 단기적인 성과를 목표로 시행 중”이라며 “예술인들은 예술 작품의 질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지원금을 받기 위한 예술 활동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문화예술의 다양성과 공공성을 위한 국가의 지원이 오히려 문화예술에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예술인들 사이에서는 ‘자생’이란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비아트협동조합 최민영 기획팀장은 “현재 예술계가 안고 있는 문제들은 단기적으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2016 문화예술 트렌드 분석 및 전망>을 통해 ‘문예진흥기금 고갈 문제 등이 본격화되면서 예술계 스스로 고민할 수 있는 장치와 시도들이 무엇이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시각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생은 어떻게 이뤄질 수 있나

  예술은 어떻게 자생할 수 있을까? 먼저 예술가들의 연대를 통한 자생이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특히 협동조합 체제를 대표적인 예시로 들 수 있다. 가치예술협동조합 김정주 대표는 “예술가 개인으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서로 뭉친다면 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이 관공서와 직접적인 계약을 체결하기는 어렵지만, 협동조합 체제는 사회적 실체를 가지고 있어 거래가 수월해진다. 또한 스스로 경제구조를 만들어 자생할 수도 있다. 일례로 가치예술협동조합은 자체적으로 아트페어를 개최했다. 일반적인 아트페어의 경우 예술 작품을 거래할 때, 중개자가 높은 수수료를 책정해 예술가에게 돌아가는 실질적인 소득이 적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스스로 아트페어를 열어 홍보나 실무 비용을 제외한 소득을 예술가에게 모두 지급하는 모델을 만들 수 있다. 김정주 대표는 “협동조합 내의 대안적 경제구조를 통해 자생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술가들의 노력만으로는 완벽한 자립은 어렵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많은 문화예술은 상업지향이 아닌 공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 자체 수익을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예술가들에게는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 지난달 30일 부산대 일대에서 열린 ‘재장전 프로젝트’는 국가의 지원과 예술이 만나 지역 문화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한 문화 축제다. 김건우 대표는 “큰 예산이 드는 예술 사업은 예술단체들이 스스로 해내기는 힘들다”며 “하지만 국가 지원이 바탕이 되면 예술인들이 활발한 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고 전했다.
  부산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는 창작공간 지원 사업의 좋은 예로 들 수 있다. 특히 ‘또따또가’는 부산광역시가 진행 중인 ‘문화창작공간 운영 사업’ 중 예술인들의 자생적 기반 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따또가 김희진 운영지원센터장은 “이전에는 공적인 레지던스 공간들이 일시적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공간을 예술인들에게 제공했지만, 향후 그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데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따또가는 예술가의 입주 후에도 지속적인 작업 진행을 돕고 있다. 지역의 건물주를 설득해 저렴한 임대료를 마련하거나, 예술인들이 자립하더라도 활동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재미난 복수에서 진행한 ‘재장전 프로젝트’ 같은 문화축제는 국가의 지원이 있어 진행될 수 있다

시민이 즐겨야 꽃 피울 수 있는 문화예술

예술인들의 자생을 위해서는 문화를 향유하는 일반 시민의 인식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 예술이 자생을 고민하는 것도, 배고픈 직업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이유도 결국 예술을 누리는 시민의 수요가 높다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예술은 일반 시민들과 멀리 떨어져 있다. 시민들이 예술을 느낀 경험도 부족하고, 이로 인해 예술인들이 지원을 받는 타당성과 공공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문화예술교육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송교성 대표는 “예술에 관한 교육이 많이 진행되면 다양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게 된다”며 “문화향유층이 늘어나면 현재 예술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 대부분이 해결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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