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튜어트 밀(1806~1873) 선생님께서 천재적인 독서가라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뵙게 됐습니다. 독자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른바 공리주의 이론을 주창한 철학자이자, 영국 하원에서 의정 활동을 한 정치인입니다. 낱 간지러운 얘기지만, 어린 시절부터 방대한 고전을 읽고 외국어를 습득해 세간에서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아버님인 제임스 밀과 제레미 벤담 선생님으로부터 철저한 훈육을 받았습니다. 아내 해리엇 테일러의 영향으로 여성 인권 향상과 진보적인 자유주의를 위한 운동에 참여하기도 했고, △<자유론> △<공리주의> △<여성의 종속> 같은 책을 발표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철저한 훈육을 받아왔다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당시의 훈육이 선생님을 위대한 사상가이자 독서가로 만들었을 텐데요. 어떤 교육을 받으셨는지요?
  아버님께서는 제가 벤담 선생님을 계승하는 훌륭한 학자로 크기를 바라셨습니다. 이에 따라 어렸을 때부터 방대한 양의 고전을 읽어왔습니다. △플라톤의 <대화편> △헤로도토스의 <역사>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 △유클리드의 <기하학> 등이 10대 시절 제가 읽었던 책들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읽고 넘어간 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매일 산책을 하면서 아버님께 읽은 고전의 내용을 설명하고, 더 생각해 볼만한 것들은 없는지 토론했습니다.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상상하는 훈련을 한 셈입니다.
 
▲선생님만의 특별한 독서법의 전모가 조금씩 드러나는 것 같은데요. 조금 더 자세히 독서 방법에 대해 얘기해주실까요?
  저는 역사를 특히 좋아해, 그 분야와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하지만 학문과 생각의 근간이라고 판단되는 △논리학 △수사학 △문법에 대한 책과 그 밖에 △수학 △경제학 △정치학 등 기초 학문의 책도 접했습니다. 대체로 아버님의 추천을 받은 양질의 책들이었습니다. 이런 고전들을 읽으면서 중요한 부분이나 더 알아야할 부분을 꾸준히 메모했습니다. 이 메모를 바탕으로 아버님께 책의 내용에 대해서 설명 드리고,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문답식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아버지는 자신이 알고 있는 답을 섣불리 얘기하시기보다, 제가 온 힘을 다해 생각하고, 나름의 답변을 찾아낼 때까지 기다려 주셨습니다. 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내 것으로 소화하고 새로운 생각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제 독서법의 정수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 과정에서 나름의 시행착오나 어려운 점도 있으셨을 텐데요. 후학들이 같은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조언해주실 만한 부분이 있나요?
  독서를 단순히 다른 사람의 견해를 주입받는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런 방식의 독서로는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정도에 그칠 것입니다. 남들이 다져 놓은 길을 따라 타인의 생각을 답습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마치 배운 것을 그저 외기만 하는 앵무새 같은 수준이랄까요? 독서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 자신의 견해를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독서의 과정에서 책의 내용을 주체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독서 이후 타인과의 토론도 분명 의미 있는 일이지만, 저는 텍스트를 이해하는 과정은 아주 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혼자 힘으로 고독하고 우직하게 사색하고, 잘못된 견해는 중도에 수정해야 할 것입니다.
 
▲선생님의 독서법이 이후 많은 대학에서 인기를 끈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레이트 북스 프로그램(Great Books Program)’을 말씀하시는 것 같네요. 제 사후의 일이지만, 이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시카고대학교의 총장이었던 로버트 허친스나 컬럼비아대학교 교수였던 마크 반 도렌 등의 주도로 학생들이 다양한 고전을 체계적으로 독서하는 프로그램이 개발됐다고 하더라고요. 이 학교의 학생들은 해당 고전의 텍스트를 거의 외울 정도로 꼼꼼히 읽어 암송하고, 토론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꽤 높은 수준의 시험도 본다고 하더군요. 이처럼 고전을 읽으면서 작가의 철학을 이해하고, 심오한 질문에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은 학생들의 사고력을 길러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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