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적극적 대응과 인종차별 인식개선 필요

  러시아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일어나는 테러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한국인 유학생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연이어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우리나라 국정원은 지난 20일, 홈페이지를 통해 러시아 여행주의보를 내렸다.


  외국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가하고 있는 이 집단은 ‘스킨헤드’라 불리며 10대 초반에서 20대 후반의 청년들이다. 이들은 특히 유색인종을 대상으로 공격하며 주요 공격 대상 국민은 중앙아시아인, 중국인, 베트남인, 카프카스인 등이다. 미 국무부의 ‘2009년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에는 스킨헤드 등 급진 민족주의 단체가 7만 개에 이른다.


  스킨헤드가 외국인들을 공격하는 이유는 유색인종이 그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경제적으로 궁핍하게 만든다고 믿기 때문이다. 최동규(노어노문) 교수는 “1994년 러시아 경제가 제일 침체되어 빈부격차가 심해지자 가난한 계층의 청소년 집단인 스킨헤드가 등장했다”며 “이들은 유럽 백인 민족 이외의 민족을 혐오하는 신나치주의자들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2~3년 전부터 스킨헤드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고 있지만 성과는 없는 편이다. 최 교수는 “러시아 정부가 국민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이데올로기를 ‘민족주의’로 삼고 있기 때문에 수사가 좀처럼 진행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스킨헤드의 활동이 심해지자 유학생들은 공포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 안명진(노어노문 08, 휴학) 씨는 “최근에 사건 이후 두려워서 좀처럼 밖에 나가질 못했다”며 “휴대폰이나 돈을 뺏긴 유학생들도 있고 이유 없이 시비를 걸고 폭행하는 러시아인들도 있다”고 그 곳의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러시아어 공부에 회의감을 느끼는 학생도 있다. 4월 초 러시아에 유학을 갈 예정인 김은비(노어노문 08, 휴학) 씨는 “주위에서 신변안전 때문에 러시아로 유학 가는 것을 만류한다”며 “그렇다고 지금 와서 전공을 포기할 수도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대외교류본부 양민종(노어노문) 부본부장은 “스킨헤드의 위협 때문에 학생들의 어학연수를 러시아가 아닌 중앙아시아로 보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스킨헤드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피해국들의 공동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최동규 교수는 “세계의 여론을 모아서 러시아 당국이 스킨헤드 단속을 강화하게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근본적인 문제인 인종차별인식부터 극복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김용규(영어영문) 교수는 “미국에서는 1960년대부터 소수인종과의 공존과 그들과의 차이를 인정하는 노력이 있었고 그 결과 백인우월주의를 주장했던 KKK단도 수그러들었다”며 “러시아의 정부와 시민도 세계화 시대에 이주자들의 문화들도 중요하다는 인식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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