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시간은 안녕하신가요?

 “늦었다, 늦었어!” 7시를 알리는 알람이 울린다. 오늘도 아침식사는 하는 둥 마는 둥하고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지하철의 도착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고, 시간에 맞춰서 나는 오늘도 열심히 뛴다. 지하철 안에서도 사람들에게 치여 쉬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밀린 채 학교에 도착한다. ‘지금 출발하면 9시 전에 도착할 수 있을까?’,‘지금 뛰어야 하나…’, 나는 오늘도 머릿속으로 시간을 끊임없이 계산하면서 살아간다. 

 

  우리는 항상 시간이 부족한 사회에서 생활하고 있다. 잠을 자지 못하거나 식사시간을 줄이면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타임 푸어’라고 한다.
  워킹 푸어와 하우스 푸어에 이어 ‘타임 푸어’가 현대인의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했다. 타임 푸어는 시간을 뜻하는 ‘Time’과 빈곤을 뜻하는 ‘Poor’의 합성어로, 일에 쫓겨 자유시간이 없는 사람 또는 현상을 뜻한다. 2014년 한국고용정보원과 미국 레비 경제연구소에서 발간한 <소득과 시간빈곤계층을 위한 고용·복지정책 수립방안(이하 시간빈곤 수립방안)>에 따르면 사람은 평균적으로 168시간 중 97시간을 삶에 필수적인 수면과 식사와 필수적인 노동 시간에 사용한다. 그 나머지인 71시간이 남는데 주당 노동시간이 이를 넘으면 ‘시간 빈곤’ 상태라고 정의한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은 시간 빈곤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또한, 노동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수면시간이나 여가시간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적어지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노동시간은 연 평균 2,124시간으로, OECD 국가 중 2위를 차지하며 노동시간이 긴 편이다. 2013년에 비해 2014년도의 노동시간은 45시간 증가했고, OECD 평균보다 노동시간이 354시간이나 길었다. 또, 2014년에 진행한 통계청 조사에서는 10세 이상의 국민 중 ‘평소 시간의 부족 정도’에 대해 10명 중 6명이 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노동시간의 증가로 잠과 식사처럼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통계청이 조사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수면 시간은 하루 평균 7시간 59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적은 수면시간이다. <시간빈곤 수립방안>에서는 개인이 휴식을 가지거나 여가를 누릴 만한 충분한 시간을 가지지 않은 경우를 시간 빈곤 상태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노동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차승은(수원대 아동가족복지학) 전임강사가 발표한 <노동시간에 따른 시간압박과 여가제약>에 따르면 ‘노동시간에 따른 시간의 압박이 증가할수록 모든 여가활동을 수행할 가능성은 작아진다’고 밝혔다.
  학업, 아르바이트, 대외활동을 하며 지내는 대학생들이 느끼는 시간 빈곤의 정도가 높아 삶의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이 대학생 1,522명을 대상으로 ‘타임 푸어 현황’ 설문을 진행했다. 타임 푸어 지수를 10점 만점으로 두었을 때 대학생들의 평균 7.4점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응답자의 72.3%(1,018명)가 ‘6점 이상’이라고 답했다. 시간 부족과 삶의 만족도가 관련이 있는 것도 밝혀졌다. 타임 푸어 지수가 가장 낮은 ‘1~2점’일 때 삶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는 ‘5.3점’으로 가장 높았고, ‘9~10점’에서는 ‘4.3점’으로 가장 낮았다. 10명의 대학생 중 5명이상이 바쁜 일상 속에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다.

  현대인들은 왜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낄까? 먼저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알바천국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시간 빈곤에 빠뜨리는 가장 큰 이유로 경쟁과 스피드를 강요하는 사회의 분위기가 35.5%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미국 언론인 브리짓 슐트는 책 <타임 푸어>를 통해 ‘취업난과 치열한 경쟁 등에 대한 생각이 청춘들의 잠재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다’며 ‘일상생활을 생존을 위한 싸움처럼 여겨야한다는 강박관념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원인으로 처리해야할 정보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현대인들이 시간 빈곤 상황을 느끼는 것을 들 수 있다. 우리는 이전 사람들이 평생 접한 정보량보다 하루에 접하는 정보량이 훨씬 많은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정보의 자극은 차고 넘치는 수준이지만, 향유할 수 있는 시간은 부족한 사회, ‘이벤트 사회’라고 불리는 현대사회에 접어들었다. 우리 사회의 변화의 속도는 이미 인간의 두뇌를 넘어서고 있어 자극을 받아들일 두뇌가 새로운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기에는 벅찬 상황이기 때문에 현대인들은 시간이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게 된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