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다 정치적이라는 말이 있다. 이 세상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것, 그 모든 것이 정치 속에 있고 그 정치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리라. 정치판에 자주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서 사는 것인가?이런저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말로는 국민을 위해서 올바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온몸을 바치겠다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한 번 당선만 되면 로또도 그런 아름답고, 비밀스런 로또가 없기 때문에, 비약과 시기 질투 그리고 사기가 난무한다. 그들은 대개 선거 때에만 낮은 자세를 취하고 선거에 승리하는 순간, 초심은 사라지고, 그 명예와 권력의 맛에 취해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그 자리에서 탐닉하는 그 권력이 영원한가?아니다. 잠시뿐이고, 그들의 삶은 한 시간도 자유롭지 못하다. 말 그대로 꼭두각시나 하인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인데, 그것을 아주 세밀하게 분석한 사람이 프랜시스 베이컨이다. 그의 글에 의하면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은 3중의 하인이라는 것이다. 군주, 또는 국가의 하인이고, 명성의 하인이며, 업무의 하인, 그러므로 자기의 몸에도 행동에도 시간에도 자유를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정치인을 풍자했던 베이컨도 출세 가도를 달려 엘리자베스 여왕을 섬겼고, 검찰총장을 지낸 뒤, 대법관을 지냈다. 그러나 3년 뒤에 뇌물을 받은 혐의로 파면되었으며, 며칠 동안 런던탑에 감금되기도 했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권력과 명성, 그리고 재산의 욕심에서 자유롭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일화다. 정치가들은 한 번 정치에 발을 들여놓아 권력의 감미로움을 맛보게 되면 정치판에서 발을 뺄 수가 없는 것이다. 오로지 자기의 이익에만 급급한 정치의 이중성을 세계 정치사에 한 획을 그었던 사람들은 어떻게 보았을까?
“정치는 거의 전쟁처럼 흥분시키며 그만큼 민감하다. 전쟁에서는 한 번 죽을 뿐이지만, 정치에서는 여러 번 죽을 수 있다” 영국의 정치가인 처칠 경이 지은 <처칠의 기지>에 실린 글이다. 소련의 정치가였던 ‘N. 흐루시초프’가 뉴욕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은 더 의미심장하다.
“정치인은 어디서나 다 같다. 그들은 강이 없는 곳에도 다리를 건설해준다고 약속한다”지금도 이렇게 공약(空約)을 공약(公約)으로 내세우는 정치가들이 너무도 많다. 그래서 미국의 저널리스트였던 암브로스 비어스의 말은 울림이 있다.
“정치는 우리네 범죄 집단 중에서 좀 더 저급한 족속들이 즐기는 생계의 수단, 또는 사리를 위해 공리를 운영하는 것이다. 또 정치인은 ‘조직사회가 건물을 세운 토대가 되는 진흙밭에 사는 뱀장어’라고 정의 하고 싶다” 정치는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기술이며, 철학이며, 예술이자 삶의 근본이다. 그런데 그 정치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이 직업으로 삼기 위해 나선 경우가 더 많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어떤 사람들에게 정치를 맡겨야 할까?
“천하(天下)의 근심을 먼저 근심하고, 천하의 즐거움은 나중에 즐긴다”. 북송 때의 문장가인 범중엄이 지은 <악양루기>의 일부분이다. 또한 “하늘은 특별히 가까이하는 자가 없이 하늘의 뜻을 공경하는 자를 가까이하고, 백성은 특별히 그리워하는 자가 없이 어진 정치를 펴는 사람을 그리워한다”. <상서>에 실린 글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런 사람들은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지 않고, 나하고 생각이 같으면 군자(君子)고 나하고 생각이 다르면 소인(小人)이라는 생각으로 자신과 자파의 이익에만 급급한 사람들이 정치판에서 활동하고 있다.
“정치는 이상도 위대함도 없는 자들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정작 자기 자신 속에 위대함을 지닌 자들은 정치를 하지 않는다”. 프랑스의 철학자인 알베르 카뮈가 평한 정치인에 대한 평가가 어찌 그리도 잘 들어맞는지, 세상 사람들의 근심을 먼저 걱정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을 뽑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은 것이 오늘의 이 시대다. 올바른 정치관을 가진 정치인들이 과연 이 땅에 몇이나 있을까?

신정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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