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봄 날씨, 화재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화창한 봄기운을 즐길 여유도 없이 바쁘게 화재현장을 뛰어 다니는 소방관들. 그중 특히 부산지역 소방관들은 전국적으로 비교했을 때 인력난으로 업무량이 과중돼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 예산에서부터 진료 지원까지 그들에 대한 처우는 가장 열악하다.


부산광역시 소방관이 인력난에 있어 소방관의 업무가 과중돼있다. 더불어 소방관들의 심신에 대한 복지와 근무환경이 보장돼 있지 않다.

과도한 업무에 고충 토로하는소방관들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는 소방서 수와 인력이 부족해 소방관들이 과다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의 부산시 소방서는 대통령령인 <지방 소방기관 설치에 관한 규정>의 권장 기준보다 부족한 실정이다. 규정에 따르면 소방서 1개소는 3만 명(5㎢) 면적을 담당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시는 현재 소방서 1개소 평균 6만6천 명(19㎢)의 면적을 담당하고 있어 규정의 권장량을 크게 웃돈다. 또한 부산의 소방서 확보율은 전국 7개 대도시 중에 최하를 기록했다. 소방서 확보율이 100%인 △광주광역시 △대구광역시 △대전광역시와 비교했을 때 현재 부산시는 16개의 구·군 가운데 소방서 11개 확보하고 있어 확보율 69%로 크게 차이가 났다.
소방인력 역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의 ‘소방관 기준인력’은 2,738명(2014년 기준)이지만 1,858명으로 880여 명이 부족하다. ‘소방관 기준인력’은 소방관이나 구급대원이 현장에 출동할 때 소방차와 구급차의 필수 탑승 인원을 뜻한다. 또한 인력 부족은 지난해와 비교해서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의 소방관 부족률은 32.4%으로 2012년(27.7%)과 비교해서 더욱 높아진 것이다.
기준보다 더 많은 업무를 할당받은 소방관들은 고충을 토로했다. 금정소방서 윤인영 소방관은 “지금 소방관 한 명에 담당하는 시민이 몇백 명을 넘고 있다”며 “인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부담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금정소방서 배경한 소방관 역시 “사고는 인구에 비례해서 일어나는데, 그에 비해 배치된 인력이 적어 출동이 잦다”고 전했다. 금정소방서는 현재 319,297명(77.5㎢)을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도한 업무에 고충 토로하는소방관들
부산시 소방관들의 상당수가 정신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를 위한 지원은 마련돼 있지 않다. 매년 부산소방본부가 실시하는 특수건강진단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부산시 소방관의 10명 중 4명이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치료가 필요한 소방관들로서, 부산 내 소방관의 44.6%를 차지했다. 이는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특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이하 PTSD)같은 심각한 정신질환 증세를 보이는 부산시의 소방관은 10명 중 1명(309명)이며 일반인의 17배 이상의 유병률을 보인다. PTSD는 사람의 정신에 충격을 주는 사건을 경험한 후, 사고와 관련된 것에 대한 공포에 계속적인 고통을 느끼는 정신질환이다. 윤인영 소방관은 “길을 가다가 인명피해가 있었던 화재현장을 지나게 되면 불안감을 호소하는 동료가 더러 있다”고 전했다.
또한 수면장애 발생률은 부산시 소방관의 49.6%이고, 우울증은 4.7%이었다. 수면장애는 2012년(35.8%)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소방관은 3조 2교대 근무를 하고 있어, 불안정한 수면환경 때문에 수면장애 발생이 늘어나고 있다.
소방관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부산시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4년 부산시는 소방공무원 정신건강을 위해 1,700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는 소방공무원 1인당 7,000원의 수준이다. 이후 부산시는 예산을 늘리지 않아 사실상 비슷한 수준의 예산만 편성하고 있다. 부산시 강서소방서 박영석 소방장은 “국민안전처 같은 중앙기관으로부터 받는 예산만 늘어나고 부산시의 예산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전했다.
소방관의 부산시 소방전문치료센터 이용실적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전문치료센터가 설립된 2012년 이후 3년간 진료 횟수는 총 25건에 불과했다. 또한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43%는 소방전문치료센터가 있는지 알지 못했다. 이에 박영석 소방장은 “현재 소방관들이 치료센터의 이용실적이 저조하다”며 “이용에 대한 독려 및 홍보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다쳐도 자가치료하는소방관들
현재 소방관들은 공무 중에 다쳐도 신청절차와 증명이 어려워 제대로 지원을 못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안전처 산하 소방안전처에 따르면 소방관의 ‘공무 중 상해’(이하 공상) 인정률은 0.8%다. 공상을 신청하기 위한 신청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국민안전처 주영국 소방복지계장은 “소방관이 공상을 인정받는 데 필요한 서류를 11종까지 제출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며 “일반 공무원보다 위험직인 소방관들을 위한 별도의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전했다. 특히 소방공무원은 화재현장에서 각종 위험물질에 노출되기 쉬운데, 이런 경우 공상을 증명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주영국 계장은 “아직 상관관계를 밝히는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에 소방관이 화재현장에서 발암물질에 노출돼 암에 걸려도, 현재로써는 그것을 증명할 길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민안전처는 소방서 평가 시, 안전사고를 당한 소방관이 있는 경우에 불이익을 준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이 해당 내용을 실은 국민안전처의 공문을 공개했다. 현장출동 200건 초과인 소방서 기준 안전사고 한 명 당 50점 만점에서 6점씩 감점하는 것이다. 이런 평가지표는 부상당한 소방관들이 공상을 보고하지 않게 만든다. 윤인영 소방관은 “부상을 당해 이를 보고하면, 오히려 안전에 유념하지 않았다고 질책을 받는다”고 말했다.

노후화된 개인안전장비와 함께 불길 속으로
부산시 소방관들은 개인안전장비 보급이 제대로 안 된다는 고충을 토로했다. 소방안전처에 따르면 2013년 부산시 방화복의 노후화율은 38.7%이었다. 이는 수도권 방화복 노후화율(△서울 14.9% △인천 14.3% △경기 10.3%)과 비교해서 아주 높은 상태다. 배경한 소방관은 “출동 때마다 갈아입어야 하는데, 방화복 두 개 중 하나는 상태가 좋지 않다”고 전했다. 또한 구조 장갑은 정부에서 지원해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에 따라 지급이 되는 경우와 안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윤인영 소방관은 “불에 직접 닿기 때문에 구조 장갑이 잘 헤지는데, 지원되는 수량은 한정되어 있어 곤란한 상황에 있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한 소방관이 화재 진압 후 쪼그려 앉아 컵라면을 먹는 모습. 해당 사진은 SNS 상에서 큰 화제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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