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예비평> 통권 100호 발간을 위해 편집위원들이 모여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순수문예비평지 <오늘의 문예비평>이 2016년 봄호로 통권 100호째 출간됐다. 쉽지 않은 발간이었지만, 부산 지역 문화의 공적 자산이란 자의식을 가진 구성원들의 의지가 이어져 올해 25주년까지 함께 맞이했다.
  계간지로 발행 되는 <오늘의 문예비평>(이하 오문비)은 지난 1991년에 창간됐다. 젊은 학자들이 모여 문학의 흐름과 경향 등을 토론했던 장이 무크지 발행을 거쳐 오문비로 이어진 것이다. 창간호에 담긴 ‘비평의 윤리성을 회복하고 서울 중심의 문학구조를 벗어나 지역 문화운동을 실천해나간다’라는 목소리에서는 당대 부산 문학평론가들의 뜻을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오문비의 동인이었던 이상금(독어교육학) 교수는 “올곧은 잣대와 평가로 예술의 중립가치를 형성할 자신이 있던 학자들의 뜻이 모인 것”이라고 전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후배 지역 문학평론가들이 그 바통을 이어받게 됐다. 오문비가 지향했던 정신 역시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아시아 주요 작가들을 조명하는 ‘아시아를 보는 눈’과 지역 예술인들의 이야기를 담아보는 ‘주목할만한 시선’같은 최근 코너들에서 엿볼 수 있다. 위와 같은 고정란들이 ‘지역의 시각에서 문화를 바라보고 세계적인 문학과 문화동향을 같이 아우르자’는 창간호 당시의 정신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오문비는 다른 문예지와 달리, 시와 소설 같은 창작품이 아닌 오로지 비평만 게재되는 비평전문지다. 하지만 이로 인해 겪는 어려움도 있었다. 독자 유입이 원활한 시와 소설이 없어 수익구조를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다. 재정난으로 이어진 이러한 상황 때문에 오문비는 여러 출판사를 전전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에 출간된 오문비 100호는 기존의 출판사였던 ‘산지니’와 이별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우수문예지 발간지원 대상에서도 탈락해 발행이 불투명했다. 그러나 편집위원들은 부산지역의 문학과 비평에 기여하는 공공재이자 상징자본인 오문비를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다행히 지역의 문화네트워크를 이끌어보자는 신생 독립 출판사 ‘낯선 청춘’과 뜻을 모으고, 편집위원들도 십시일반 자금을 보태 출간할 수 있었다. 전성욱 편집주간은 “오문비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쌓기는 어렵고 긴 시간이 걸렸지만, 사라져버리는 것은 순식간”이라며 “이런 문화적 자산이 사라질 수 없다는 의지가 모여 100호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발간된 오문비 100호에 지역의 평론가와 문학인들이 축하와 격려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강동수 소설가는 “25년 전 젊은 평론가들이 모여 만들어진 잡지가 세대를 거치면서 더욱 번성하기를 바란다”며 “시민들과 지자체가 100호를 맞게 된 <오문비>의 가치를 알고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한 ‘도서출판 전망’ 서정원 대표는 오문비 100호 기획특집을 통해 ‘‘끝이 보이지만 끝은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전환의 의지로 삼아, 5년 후 <오문비>의 30주년도 맞이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많은 격려와 축하 속에 편집위원들은 새로 마음을 다졌다. 손남훈 편집위원은 “내용적으로 한국 비평계를 선도할 수 있는 잡지로서 좋은 기획을 만들어야 한다”며 “대중들이 접하기 쉬운 형식을 고민하여, 비평문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불식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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