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투모로우>는 급격한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기가 찾아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004년 개봉한 영화 <투모로우>는 인류에게 빙하기가 찾아와 대재앙이 발생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한 가지 의문이 들 수 있다. 빙하기의 원인이 바로 지구온난화라는 점이다.

  지구온난화는 지구 표면의 평균온도가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렇기에 지구온난화로 인류가 빙하기를 맞게 된다는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기온은 따뜻해지는데, 빙하기가 발생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학자들은 빙하기가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추측하고 있다. 그 이유는 해양대순환에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북대서양의 해류 순환을 말할 수 있다. 적도지방의 따뜻한 물은 해류에 의해 북반부로 이동한다. 북대서양에 도착하면 해수는 수증기로 증발하게 돼 차가워지고 염분이 높아진다. 이때 밀도도 같이 높아지면서 심층으로 많은 양의 물이 가라앉게 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힘을 바탕으로 물은 다시 적도로 이동하게 된다. 이러한 흐름을 통해 적도와 북극에서 열교환이 발생하고, 지구는 일정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구의 평균 온도가 상승하면 북극의 빙하가 녹게 된다. 빙하는 염분을 포함하고 있는 해수가 아닌 담수로 이루어져 있다. 지구 전체 담수의 약 70%를 빙하나 만년설 등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그 양도 많다. 때문에 빙하가 녹은 물이 바닷물에 섞이면 북대서양 바닷물의 염분은 낮아지게 된다. 염분이 낮아지면 그 밀도도 낮아지면서 더 이상 침강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 결과 해수의 순환은 멈추고 만다. 침강하면서 생기는 힘이 사라져 해류의 흐름을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수 순환이 멈추면 더 이상 적도의 높은 온도를 가진 해수가 북극에 전달되지 않고, 적도에도 차가운 해수가 전달되지 않는다. 김철희(대기환경과학) 교수는 “북극 주변 바다의 밀도가 낮아져 북대서양의 해수가 침강하지 못한다면 해수 순환이 멈출지도 모른다”며 “해수 순환이 일어나지 않으면 열교환도 이뤄지지 않아 적도는 뜨거워지고 북극은 더 차가워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북극의 온도가 계속 하강하게 되면서 가까운 북유럽부터 빙하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적이 있다는 가설도 있다. 바로 ‘영거 드라이아스’시기다. 약 2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점점 따뜻해지던 지구의 기온이 다시 떨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과학자들은 이 이유를 밝혀내기 위해 해수와 지층을 분석했다. 그 결과 지구가 따뜻해지면서 북미의 오대호를 막고 있던 빙하가 녹으면서, 호수에 있던 대량의 담수가 북대서양에 유입이 됐을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리고 이것이 전 지구적 해수 순환을 정지시켰을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해냈다.
  그렇지만 영화에서처럼 단 6주라는 빠른 시간내에 빙하기가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영국 기상청 산하 ‘해들리 기후예측조사센터’는 <불확실성, 위험, 위협적인 기후변화>라는 보고서를 통해 ‘영국의 해안을 덥히는 멕시코만류가 차단되면, 10년 내에 겨울 기온이 급감해 영하 10℃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해수의 순환이 매우 빠른 것은 아니므로, 열교환 차단의 영향이 두드러지는데 그만큼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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