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이 글을 쓰기로 했을 때 처음 떠오른 책은 흔히들 말하는 고전, 세계문학 등의 어렵다고 느껴질 수 있는 책이었다. 이런 책들도 나에게는 분명 큰 교훈과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하지만 나의 생각이 이런 무거운 책들에서 벗어났을 때 새로운 책이 나의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바로 애거서 크리스티의 ‘오리엔탈 특급 살인사건’이라는 추리소설이다.


  추리소설이라 하면 쉬운 글로 여겨지기 쉽다. 허나 진정한 추리소설을 보게 된다면 그런 말은 할 수 없다. 추리소설의 즐거움은 작가와 독자의 지적투쟁에 있다. 작가는 독자에게 글 속의 탐정이 제공하는 정보를 통해 범인을 추리하도록 하고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도록 한다. 이러한 노력이 ‘오리엔트특급 살인’에는 책 곳곳에 잘 나타나 있다.


  잘 쓰인 추리소설은 잘 짜인 구성과 세련되고 세밀한 표현을 가지고 있다. 유수한 문학작품 못지않은 묘사력과 전달력을 지니고 있고, (그 당시의 열차의 모습이나 특급열차안의 분위기를 글에서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전달력을 바탕으로 독자에게 신선한 사건을 제시해준다. 특히, ‘오리엔트특급 살인’은 ‘오리엔트특급’이라는 이름의 열차 안 이라는 제한된 공간속에서 살인사건을 일으켜 내용 진행에 흥미를 돋운다. 또한 중간 중간의 복선과 단서들은 독자의 흥미를 유발시킨다.


  이러한 여러 과정 중 추리소설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단서들이 하나하나 등장하며 포위망이 점점 좁아질 때의 긴장감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열차에 타고 있던 12명중 한 명 한 명의 증언을 들을 때마다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 들어간다. 책장을 넘길수록 혼란은 더해간다. 동시에 극중 탐정인 푸아로가 차근차근 사건을 정리해나가며 범인을 잡는 결말을 볼 때의 카타르시스는 이루 말 할 수 없다.


  한편, 이 소설에는 단지 추리를 제외하고도 억압받은 자에 대한 연민, 사회정의의 실현에 관한 내용이 소설 곳곳에 묻어나 있다. 특히나 사건의 범인이 피해자에게 과거 범죄에 대한 복수를 위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런 점은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그리고 이런 결말을 통해 범죄자에게 사사로운 보복이 허용될 수 있을까하는 의문점도 가져본다.


  추리소설은 단순한 유흥으로 보는 책이 아니라 그 시대상을 담고 있는 문학이며, 독자가 작가를 더 잘 알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장르이다. 여러분이 추리소설을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접하게 된다면, 그 표현력에 감탄하고, 70년을 넘어선 작가와의 두뇌싸움에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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