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돈을 버네, 돈을 다 버네, 엄마 백 원만 했었는데, 우리 엄마, 아빠, 또 깡아지도 이젠 나를 바라보네”
‘깡아지’에서 더욱 애잔하게, 넉살 좋게, 그것도 무반주로 자이언티의 양화대교를 잘도 부른다. 최근 필자가 만났던 한국어를 전공하는 한 프랑스인 대학생 이야기다. 요즘 우리 가요를 잘 부르는 외국인들이 많아 사실 그리 놀랄 일도 아니겠지만, 한국 가요가 프랑스의 대중가요, 혹은 서양의 팝의 문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음계와 가사의 흐름 때문에 매우 특별하다고 말하는 그의 진지한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주지하다시피 요즘 프랑스에는 한국어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파리에서 한국어과가 있는 동양어문화대학(INALCO)과 쥬시유(Jussieu) 파리7대학은 매년 한국어과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높은 경쟁을 뚫고 입학한다. 파리7대학의 경우는 1학년 100여 명 정원에 6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지원하고, 고학년으로의 승급과정에는 제한된 학생 수 때문에 탈락되는 학생들도 발생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열기가 식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한국사 강좌는 넓은 강의실이 꽉 차는 기염을 토하고 있으며, 일반인 수강자들을 위한 한국어 강좌를 진행하는 파리의 세종학당도 늘어나는 한국어 수강 수요를 메꾸지 못해 학기마다 대기자의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들의 한국에 관한 관심은 대중문화에서 시작해서 한국의 언어, 역사, 정치문화까지 광범위하면서도 깊이를 갖는다. 한국에 관한 관심이 소비 대상으로서 대중문화 콘텐츠와 그 화려한 외형뿐만 아니라 문화를 움직이는 내부적인 원동력과 그 근간에 있는 한국 문화의 정신이기에, 우리는 이를 그저 상품화된 K-문화의 수출, 그리고 한국의 높아진 위상만으로 만족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일본과 태평양 전쟁을 치르면서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이 나왔듯이, 프랑스는 이미 병인양요 전후로 한국에 대한 많은 민족지와 언어, 문화 연구서를 발간했고, 그들의 한국연구는 현재에도 그 저변을 확장하고 있는 ‘진행형’이다.
우리 학교에도 프랑스어를 배우고(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프랑스 문화에 관한 관심과 프랑스어에 대한 호기심이 바로 ‘전공불문’하고 많은 학생이 열의를 갖고 프랑스어를 공부하게 된 원동력인 것 같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우리 학생들이 프랑스 사회의 역사와 현실에 관해 관심을 두고, 프랑스(및 프랑스어권) 문화와 언어가 가진 지식세계와 문화적 자산의 다양한 가치를 발견하고 누릴 수 있으면 한다. 그 첫걸음으로 프랑스어를 배우면서 프랑스 영화를 관람하는 여유를 갖고, 한발 더 나아가서, 이 아름다운 봄날, 프랑스어권의 다양한 세계관을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독서활동도 하면서 우리와 함께하는 지구 저편의 다른 공간과 사람들에 대해 사유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이은령(불어불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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