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남녀노소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즐길 수 있는 스포츠. 축구 경기에서 흔히 쓰이는 ‘공은 둥글다’라는 말이 의미하듯이, 어느 팀이 이길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은 스포츠의 큰 매력 중 하나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선수들의 열정과 그들에게 환호를 보내는 우리들. 그러나 스포츠의 매력을 해치는 사건들이 매년 그 규모를 늘려가며 발생하고 있다. 불법 스포츠 도박과 승부조작이 바로 그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경기의 결과를 예측해 돈을 걸고 그에 따른 배당·환급금을 받아가는 일명 ‘스포츠토토’. 현재 스포츠토토는 축구 종주국인 영국은 물론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의 많은 국가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수익은 해당 국가의 스포츠 발전과 공익 기금 조성에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스포츠토토는 자신의 운에 좌우되는 일반적인 복권과 달리, 자신이 경기를 직접 분석하고 결과를 예측해 베팅할 수 있다. 스포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포츠 관람만을 넘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이 스포츠토토는 우리나라에 지난 2001년 한·일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와 지원을 도모하기 위해 처음 도입됐다. 국민체육의 재원을 조성하고 여가체육을 육성하겠다는 목적이다. 스포츠토토는 체육진흥투표권(이하 투표권)이라고 불리며, 이 사업의 수익금 전액은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배분된다. 이 기금을 통해 국가는 매년 소외계층과 저소득층 스포츠 복지 향상 및 체육인 일자리 제공 사업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열렸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나 인천아시아게임 등의 유치에도 힘을 보태왔다.
 
 
   
위의 관계도를 통해 승부조작과 불법 스포츠 도박이 떼어낼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쉽고 간단한 불법 스포츠 도박의 세계
 
  하지만 국가에서 지정한 업체가 아닌 곳에서 발급한 투표권이 아닌 개인이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며 투표권을 판매하는 행위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불법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개인서버를 만들어 사이트를 운영한다. 이후 해외 스포츠 시청권을 구매해 ‘아프리카TV’ 등의 개인 인터넷 방송에서 해당 경기를 중계하며 사이트를 홍보한다. SNS 계정을 사들여 사이트를 광고하기도 한다. 수천 명의 회원을 모집한 사이트는 회원들에게 투표권을 팔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다. 순식간에 수억 원을 넘는 돈을 손에 쥐게 된다. 불법 스포츠 도박은 일반적으로 운영되는 합법적인 스포츠토토와 그 배당은 비슷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불법스포츠도박을 즐기는 이유는 따로 있다. 
  먼저 합법적인 스포츠토토와 달리, 베팅할 수 있는 경기의 수와 방법이 다양하다는 것을 이유로 들 수 있다. 스포츠토토에서 판매하는 투표권의 경우 주로 8~10개의 경기결과를 동시에 예측해야 하고 지정된 해외리그에만 베팅할 수 있다. 하지만 불법 도박의 경우 전세계 모든 경기에 베팅할 수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하부리그 경기에도 베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스포츠토토와 달리 e스포츠 경기도 베팅이 가능해 관심 있는 사람들을 더 끌어모으고 있다. 또한 경기결과나 스코어만을 예측하는 스포츠토토와 달리 첫 골을 넣는 팀이나 첫 3점 슛을 넣는 팀을 예측하는 방식도 있고 경기가 진행되는 도중 실시간으로 베팅을 하는 방식도 존재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 된다.
  또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불법 도박 사이트는 SNS 등이나 개인 블로그에서도 쉽게 접속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별다른 인증이 필요 없어 △핸드폰 번호 △이름 △계좌번호 등만 등록한다면 누구나 쉽게 사이트를 가입할 수 있다. 성인인증이 필요 없어 중·고등학생들도 쉽게 사이트를 접속해 도박에 손을 댈 수 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 이후 불법 스포츠 도박의 규모는 전보다 훨씬 커졌다. 인터넷으로 사이트를 접속하고 경기를 관람할 수 있게 되면서 장소와 시간에 제약 없이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과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을 기준으로 지난 3년간 적발된 불법 스포츠 도박의 매출규모가 1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3년 당시 경찰 등에 적발된 불법사이트는 총 20곳으로, 그 규모는 약 783억 원 이었다. 이후 2014년에 적발된 것은 26건, 매출규모는 4,600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2013년 개인이 가장 크게 베팅했던 금액은 230만 원이었지만 2014년에는 7,100만원, 3,900만원 등 수천만 원에 달하는 돈을 넘게 베팅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황은 표면적으로 적발된 자료를 토대로 추측한 규모일 뿐, 실제 규모는 더 클 것이라 예측되고 있다. 
 
일반인부터 프로선수까지, 
승부조작의 주체는 다양하다
 
  불법 스포츠 도박과 마찬가지로 승부조작은 스포츠를 위협하는 것 중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특히 한 번의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해당 종목은 큰 곤혹을 치르게 된다. 
  지난 2010년 e스포츠계를 뒤엎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대중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았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1’ 마재윤 선수는 자신이 참여하는 대회에서 브로커의 돈을 받고 승부를 조작했다. 이 사건으로 그를 믿어왔던 팬들과 게임을 좋아했던 사람들은 모두 게임과 e스포츠 자체에 흥미를 잃고 말았다. 결국 해당 게임 종목의 대회는 사라지게 됐고, e스포츠라는 것 역시 크게 휘청거리기도 했다. 
  이러한 승부조작 사건은 해외의 유명 축구, 야구 등의 리그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그중 가장 유명한 사건은 지난 2006년 밝혀진 이탈리아 축구 1부리그의 대규모 승부조작 사태다. 당시 리그에 소속된 △유벤투스 △피오렌티나 △AC밀란 등의 구단들은 △심판매수 △다른 구단과의 담합 △언론매수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경기를 조작했다. 이후 이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면서 해당 구단들은 모두 승점이 삭감되는 등의 처벌을 받았고 04-05, 05-06 시즌의 우승팀이었던 유벤투스는 우승을 박탈당했다. 단순 하위리그의 경기가 아닌 최고의 축구 리그에서 대규모로 승부조작이 발생했다는 사실에 전 세계는 큰 실망감을 받고 말았다.
  이 같은 일은 국내에서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국내 스포츠리그에 소속된 선수들 중 일부가 승부조작과 연관되어있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밝혀진 사실이다. 한국체육학회에서 발표한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승부조작에 대한 인식과 예방교육 전략>에 따르면 국내 프로 스포츠 선수 중 5.5%가 승부조작을 제안 받았다고 답했다고 한다. 또한 ‘승부조작 방법을 동료 선수한테서 들어본 경험이 있다’는 항목에서는 23.7%의 선수들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미 많은 선수들이 승부조작에 연루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셈이다. 특히 불법 사이트에서는 3점 슛 개수나 첫 홈런 등 다양한 항목에 베팅이 가능해 더 쉽고 많은 승부조작이 가능하다. 선수들이 승부조작의 유혹에 빠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일반인들이 참가하는 소규모 대회 역시 베팅이 가능하다는 점은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한다. 실제로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는 소규모의 개인 대회에서 개최되는 경기에도 불법사이트에서 베팅이 가능하다. 이러한 점을 이용한 스타크래프트1 아마추어와 전프로 선수들은 자신의 경기에서 ‘자신이 패배한다’에 돈을 베팅하고 일부러 경기를 진다. 실제로 이러한 행위를 지켜본 A(23) 씨는 “스타크래프트1 경기 대회가 진행되는 것을 보면 주변 선수들이 대회에 참여해 일부러 경기를 지면서 배당금을 얻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소규모 대회에서는 선수가 경기에서 지는 것이 실력 때문인지 조작인지 쉽게 판단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지금 스포츠계는 위험하다
 
  이미 스포츠계는 앞서 말한 문제들로 그 뿌리마저 위협당하고 있다. 특히 자신이 믿었던 팀이나 선수들이 승부조작에 연루되면서 그 팀에 등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국가대표까지 활동했던 최성국 선수의 승부조작 사건은 이미 많은 팬들로 하여금 실망감을 안기게 했다. 이는 그동안 연봉이 적은 신예 선수만이 승부조작에 주로 연계되어 있을 것이란  추측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이로 인해 경기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실제로 인터넷으로 중계가 되는 축구 등의 리그 경기에서 사람들은 선수들의 실수나 감독, 심판진의 행동 하나하나에 승부조작 설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모든 사람들을 의심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한다. 
  매년 불법 스포츠 도박을 단속하기 위해 사이버수사대에서는 대대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불법 사이트의 경우 해외에 운영 서버를 두고 있어 단속이 시작되더라도 도메인 주소만을 바꿔 수사망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승부조작 역시 수사만으로는 그 실체를 모두 잡아내기 어렵다. 승부조작에 연계된 브로커 중 조폭이 가담된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특히 얼마 전 방송된 KBS2 <추적60분>에서는 한 축구선수의 죽음이 이 같은 사건과 연관되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조폭들의 노골적인 승부조작 요구에 죽음을 선택하게 됐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선수들은 실제로 브로커들의 협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승부조작에 가담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작년 9월 참원지방검찰청 특수부는 스타크래프트2 불법도박 및 승부조작 관련 혐의로 박외신, 최병헌 등 감독·선수·코치 출신 9명을 구속 기소했다. 이 사건에도 브로커는 존재했다. 전 프로게이머 성준모 씨는 운영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승부조작을 종용했고, 이후엔 승부조작의 개입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하며 무보수 승부조작을 강요했다.

 

  이제는 단속만으로 문제를 모두 해결하는 방법은 답이 될 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다. 이런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만이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 된 상황이다. 소탕이 아닌 예방만이 유일한 해결책이 됐다. 결국 모든 것을 스포츠의 재미를 위해 그리고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이러한 것들은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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