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는 공무원이 되었다며 1년 동안 거짓출근을 한 취업준비생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기사는 지금 우리 사회가 처한 청년세대의 어려움을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청년세대들에게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취업준비생을 백수, 낙오자라 인식하는 사회적 가치관도 청년세대를 힘들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만 관심을 가질 뿐, 도전이 실패한 후 그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한동안 청년세대의 문제가 청년 개인의 게으름이나 나태함 등으로 논의되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청년 개인의 노력만으로 지금의 비정규직과 취업준비생의 증가를 막을 수 없다는 진단에 모두 동의하게 되었다. 청년세대의 문제에 대한 본질적 접근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제는 열악한 현실을 고발하고 알리는 것에서 더 나아가 구체적인 대안 마련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때다. 우리가 이 문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비단 이 문제가 청년세대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우리 사회의 미래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MBC 예능 <무한 도전- 나쁜 기억 지우개>편에 출연한 <미생>의 윤태호 작가는 우리 사회가 꿈을 이야기하기보다 성공과 꿈을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성공을 위해 달려가는 우리가 과연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를 고민해보기를 권했다. 실제로 지금 우리 사회는 성공하기만을 바라는 고립된 개인이 많아지고 있다.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고 고민을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의 시간적 여유도, 주변에 진실한 친구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혼밥족’이란 단어도 등장했다. ‘화장실에서 혼자 밥을 먹는 대학생들’이 몇 년 전 SNS에서 화두가 되면서, 인적 관계 구축 보다 개인의 삶에 시간을 투자하는 청년세대의 각박한 현실을 알리는 사례로 알려지기도 했다. <무한 도전- 나쁜 기억 지우개> 편에서는 무한도전 멤버들이 시민들과 직접 만나 각 개인이 지니고 있는 나쁜 기억을 공감하고 들어주는 내용을 다뤘다. 이번 방송 편에서 가장 많이 상담을 신청한 사람들은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었다. 처음에는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한다는 것에 부담감을 느꼈지만, 상담을 한 이후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어주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만으로 큰 힘을 얻어 돌아갔다. 결국 문제 해결의 힘을 얻을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사람’인 것이다. 이와 함께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떠한 요소를 갖춰야 하는지,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멘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제작되고 있다. 바로 tvN의 예능 <배우학교>다. 이 프로그램은 기존의 멘토 강연 프로그램과 달리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를 조금 새롭게 배치시킨다. 그동안 많은 프로그램에서 청년들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성세대의 노하우를 빠른 시간안에 습득해야 함을 강조해왔었다. 즉, 성과를 중요시한 것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서는 ‘진정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즉,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이해해야지만 내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결국 사회의 구성체로서 한 개인이 타인과 관계를 형성하고 소통하는 것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건강한 인간관계 구축을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이 아닌 공동체의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올바른 사회적 안전망 구축의 첫걸음이기도 하다.
실제로 건강한 사회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단돈 1,500만 원으로 문을 연 ‘청년연대은행 토닥’, 청년층의 주거안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영리단체 ‘민달팽이 유니온’ 등 문제를 관망하지 않고 해결방안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단체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소식은 반갑다. 최근 <걱정 말아요, 그대>라는 제목의 노래가 큰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OST였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위로의 말이 필요한 시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종임
고려대 미디어학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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