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했지만 다소 충격적인 결과였다. 우리 학교 학생의 65%가 6개월 이내에 우울함을 느낀 적 있다고 답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전체 응답자의 16%가 우울증 진단 요소 중 하나인 2주 이상의 지속적인 우울함을 느낀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결과를 받고나니 우리 학교에 우울이라는 유령이 배회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물론 우울이나 비관이 꼭 우리 학교 학생이기에 나타나는 현상은 아닐 것이다. ‘2016년 대한민국’은 상대적 박탈감의 만연과 현실도피, 미래에 대한 기약 없는 불안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런 구조에 던져진 모든 청년들이 우울이라는 깊은 못 속에 빠져 자맥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우울감을 초래하는 고민거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문에서 전체 응답의 42%가 진로와 취업, 학업 같이 현실적 조건과 미래에 대한 고민이 투영된 문제들을 들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다. 현실의 구조는 칼바람처럼 매섭고, 주위의 시선은 한없이 따가워 이들이 자신의 고민·걱정을 토로할 변변한 자리조차 갖지 못하다는 것이다. 미래를 걱정할 시간에 스펙을 더 쌓으라는 앞 세대의 충고, 우울증은 정신력이 약한 사람이나 걸린다는 사회적 편견, 정신과나 상담센터를 찾으면 ‘정신 이상자’가 돼버릴 수도 있는 사회적 낙인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학교는 이런 학생들의 ‘마음 복지’를 위해 제대로 된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우리 학교는 미래인재개발원과 효원심리센터에서 전문적인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관을 이용한 적 있다는 학생은 극소수고, 알고 있다는 학생들도 압도적으로 적었다. 또 두 기관은 모두 전임상담원 1~2명으로 운영되고 있어, 우리 학교 규모를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미래인재개발원은 취업 지원을 중심으로 인력이 배치돼있고, 효원심리센터는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명목 하에 학생 대상 상담을 유료로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두 기관 모두 학내구성원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거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동기가 있을 리 만무할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서울대학교를 방문했을 때 입이 떡 벌어졌다. 대학생활문화원에 속한 상담실만 10여 개에 이르렀고 △단과대학 △법학전문대학원 △기숙사에도 상담센터가 존재했다. 의학적 대응을 위해 학교 보건소엔 정신과의가 상주하며, 서울대학교병원 등과도 연계하고 있었다. 국민대학교에서도 놀라움은 계속됐다. ‘Brick 프로그램(brick은 벽돌이라는 뜻 외에 든든한 친구라는 뜻도 있다)’을 도입해 학생들의 정신 건강을 입학부터 졸업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취재를 진행하면서 부러움과 아쉬움이 쉼 없이 교차했다. 이들 대학은 ‘심리상담은 학생의 권리’라는 인식 하에 내실 있는 상담센터를 일궈냈다. 그러나 우리 학교의 미래인재개발원은 취업에, 효원심리센터는 지역주민에 집중하느라 정작 학교의 주인인 학생의 마음 건강은 방치해 두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만히 손 놓고 그저 학교에서 신경써주길 하염없이 기다려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한 취재원의 말로 갈음하고 싶다. “과거 상담 신청에 비해 상담원이 적어 학생들의 상담 대기 시간이 매우 길었다. 이에 불편을 느낀 학생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크게 냈다. 그러자 학교는 결국 학생들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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