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수많은 인파 사이로 사랑하는 사람이 걸어올 때, 그 사람 이외에는 거의 보지 못하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사람의 뇌가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을 해석하기 위해 자신의 지식이나 과거의 경험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눈을 통해 들어온 시각정보는 모두 뇌로 전달된다. 우리의 뇌는 이 정보들 중 보고 싶은 것만을 분류해 그 대상을 인식한다. 아포페니아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뇌는 그리 비슷해 보이지 않는 두 개의 물체가 같은 유형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도록 물체의 일반적인 유형을 인식한다. 키나 체형이 달라도 아무 어려움 없이 사람을 식별하는 것처럼, 우리는 그것의 특이한 유형을 본 적이 없더라도 나무나 의자 등을 쉽게 인식할 수 있다. 결국 아포페니아 현상은 인간이 인식하는 과정 중에서 생기는 착각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원시시대부터 자연에서 먹잇감과 맹수를 빨리 구별하기 위해 우리에게 익숙한 것을 찾아내려는 본능이 생겼다는 의견도 있다. 김민식(연세대 심리학) 교수는 “배가 고픈 사람에게 달은 빵의 모양처럼 보이는 것과 같은 심리현상”이라며 “인간은 의미 있게 보려는 경향이 있고, 지각적인 군집화현상을 통해 기존에 알고 있는 모양들을 해석한다”고 전했다.
  분석심리학계에서는 아포페니아 현상의 원인에 대해 또 다른 주장을 제기하기도 한다. 프로이트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분석심리학자 융은 “서로 무관하게 보이는 일도 그것이 동시에 일어났다면 그 둘이 집단 무의식적 에너지로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즉 동시성원리(Synchronicity)의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동시성의 원리란 같은 시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의 우연한 일치에 인과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개념이다. <사람을 움직이는 100가지 심리법칙>을 저술한 정성훈(을지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 교수는 저서를 통해 ‘백제가 멸망하기 전에 궁궐에 여우 떼가 난입했다든지, 사비성의 우물물과 강물이 핏빛으로 물들었고 물고기들이 떼로 죽었다는 설화도 동시성원리를 뒷받침하는 예’라며 ‘이러한 현상은 사람들이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어떤 우연의 일치를 원인과 결과로 해석하는 경향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얼굴인식 과정의 오류로 생기는 시각적인 착각

  아포페니아 중 주로 시각적인 부분의 착각을 뜻하는 파레이돌리아는 인간이 얼굴패턴을 인지하려는 경향 때문에 나타난다. 인지·진화심리학계는 인간이 유아시절부터 얼굴패턴을 인식하는 능력을 발휘한다고 밝혀냈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능력이 오작동해 전혀 연관 없는 사물에서 얼굴패턴을 읽어내는 오류, 즉 파레이돌리아로 작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인지심리학자 A 교수는 “인간은 시야에 있는 정보들을 통해 특정이미지를 조직화 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러한 현상은 많이 경험한 이미지나 믿고 싶은 이미지가 있다면 우리는 무의식적인 이미지를 통해 해석을 하려 하기 때문에 나타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천문학자인 칼세이건은 파레이돌리아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를 진화론적인 특성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100만 년 전 태어난 유아가 부모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미소를 짓지 못했다면 그 아이는 다른 아이보다 부모의 마음에 들지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거의 모든 유아는 부모의 얼굴을 구별하고 귀여운 미소를 지을 수 있게 진화했다는 주장이다. 어린 아이는 눈으로 볼 수 있게 되면 곧바로 얼굴을 인식하게 되는데 이러한 움직임은 진화론적으로 두뇌에 짜 넣어진 기술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 물체에서 얼굴을 찾아내는 것도 진화론적인 이점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일정한 패턴의 모양을 갖춘 물체의 경우 얼굴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철우(동경대 사회심리학) 박사는 한 방송에서 “도형이나 물체 3개가 역삼각형으로 놓이면 사람의 얼굴로 인식하게 된다는 현상과도 연관이 있다”며 “자신의 마음가짐에 따라 의미 없는 선이나 형태가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는 심리적인 요인으로 인해 나타나기도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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