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무질서하고 연관성이 없는 정보 속에서 일정한 규칙과 의미를 찾으려는 경향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심리적 경향성으로 인해 달의 그림자에서 토끼의 형태를 찾기도 하고, 때로는 서태지의 음악에서 악마의 목소리를 찾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을 통틀어, ‘아포페니아(Apophenia)’라고 칭한다.
  아포페니아란 서로 연관성이 없는 현상과 정보 속에서 규칙성이나 연관성을 추출하려는 인지 작용을 칭하는 심리학 용어를 말한다. 이는 착각, 착시가 일어나는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청각 자극에 의한 아포페니아 사례로는 ‘서태지 악마소동’을 들 수 있다. 1982년에 가수 서태지와 아이들이 발매한 ‘교실 이데아’라는 곡을 역행하면 ‘사탄은 우릴 사랑해요’와 같은 악마의 목소리가 들린다고 많은 사람이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자신이 듣고 싶은 대로 듣는, 확증 편향의 문제이고 결과적으로 아포페니아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또한 아포페니아는 ‘동시성’을 경험할 때 자주 발생한다. 인간은 사소한 동시성에도 의미를 부여한다. 예를 들어 어느 순간에 시계를 봤을 때 시각이 3시 33분이었고, 그다음 시계를 봤을 때는 4시 44분이었으며, 세 번째로 시계를 봤을 때 5시 55분일 때, 이는 단지 각각 세 개의 연관성 없는 사건이 순차적으로 발생했을 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낮은 확률로 동시에 발생한 무작위 사건들에서 질서를 찾아낸다. 이때 아포페니아가 작용하는 것이다. 이처럼 아포페니아는 우리 일상 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인지작용이다.
  아포페니아는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나 ‘파레이돌리아(Pareidolia : 변상증)’ 등 하위 현상들을 포괄하는 인지 작용이다.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는 우연히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에 인공적인 질서를 부여하는 행동을 말한다. ‘파레이돌리아’는 모호한 시각적 자극을 어떤 의미 있는 현상으로 해석하는 심리현상이다. 예컨대 구름이나 나뭇가지에서 사람의 얼굴을 발견하고, 차고 바닥에 있는 기름때에서 예수님의 형상을 찾는 행위 등을 말한다.
  아포페니아와 파레이돌리아의 작용은 인류의 창의성과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병리적 증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운동성 흥분을 나타내는 정신질환 ‘섬망’의 증상 중 하나인 환각이나 착각은 파레이돌리아가 작용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마찬가지로 아포페니아는 조현병(정신분열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조현병의 양성증상인 △망상 △환각 △착란 등이 아포페니아의 작용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 참고자료
<당신의 감정, 판단, 행동을 지배하는 착각의 심리학>, 데이비드 멕레이니 저/2012/추수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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