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로 천금을 갚는다.” 그만큼 말 한마디가 중요하다. 더군다나 공인에게는 말 한마디에 더 큰 책임이 따른다.
근래에 접어든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은 어떤가. 지난 17일, 박 대통령은 규제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비유를 했다. “신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로 의심되면 정부 입맛에 맞게 골라서 없애는 게 아니라 일단 모두 물에 빠뜨려놓고 꼭 살려내야 할 규제만 살리도록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왜 규제 완화를 역설하기 위해 세월호를 연상시키는 비유를 해야만 했나. 또 박 대통령은 북한과 관련해 붕괴설을 제기하면서 7.4 남북공동성명의 원칙에 어긋나는 ‘도발’을 했다. 이러한 붕괴설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이미 물 건너간 것이라며 여·야 모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모든 말이 정치적 노림수인지 무리수인지, 아슬아슬하다.
소셜미디어가 발달함에 따라 더 많은 ‘망언’들을 우리는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더 많은 정치인, 기업인, 언론인들이 가벼운 말들을 내뱉어낸다. 잠시 자신의 말의 무게를 망각한 것 같다. 가끔은 도를 넘는 발언 때문에 대중의 분노가 일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또 다른 이슈와 인사로 대중의 관심이 쏠린다. 그만큼 망언을 쏟아내는 인사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고, 우리가 대표자들의 망언에 너무 길든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야당 의원들이 테러방지법 도입을 막기 위해 90여 시간 동안 진행하고 있는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행위)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뜨겁다. 진솔함 없이 이권 찾기에 바빴던 정치인들의 껍데기뿐이라 여겨 실망했던 사람들은 이들이 토해내는 열변과 진심 어린 눈물로 감동했다. 이른 시간에도 2만여 명의 시민들이 이를 시청하면서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신문사에서 일하다 보면 말로 인한 희비가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대개 대표자들은 처음에는 말의 향연으로 시작되는 공약과 약속을 내뱉고, 끝에 가서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이들이 발뺌할 수 없도록 촉수를 가져다 대고 있는 것이 언론의 임무이건만 유권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대표자와 정치인에게는 ‘기자 나부랭이’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권력과 적당히 타협하는 것이 언론의 속성이라는 것을 오랜 세월에 걸쳐 터득했을 것이다.
대통령이나 유명 정치인과 같이 ‘감시하는 눈’이 많은 사람은 말의 대가를 두려워한다. 말 한마디를 잘못하면 나중에 꼬리를 잡힌다거나 책임이 무거워진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대중의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하는 대표자들은 말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그 말조차 검증하는 사람들이 몇 없는 것이다. 그래서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인 말들을 계속해서 남발한다.
학내에도 대표자들이 많다. 총장, 단과대학장, 각 부서의 처장, 학생들의 대표자들은 우리를 대표해 오늘도 어떤 결정을 한다. 부대신문은 이러한 이들의 말을 통해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노력한다. 부대신문 기자들이 입사해 마음에 새기는 문구가 있다. ‘다수를 넘어서 시대의 진실을 열어라’. 여전히 생경하기만 하고 그 무게 또한 무겁지만, 진실을 찾기 위해 한 사람의 발언도 소중히 여기는 태도만은 진솔하다. 독자들에게 새로운 국부장단과 기자들이 만들어나갈 앞으로의 부대신문에 대해 많은 질정과 격려를 당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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