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를 걸어가는 대학생 커플을 바라보면 귀엽고 아기자기해 보인다. 그러나 연애를 하는 연인들에게는 사소한 시비로 크게 다퉈 눈물도 흘리는 한 없이 찌질해지는 순간들도 많다. 20대가 연애에 능숙하지 못하기 때문일까? 과연 성숙해진 30대의 연애는 얼마나 다를까. 영화 <청춘정담>에서 그 답을 찾아볼 수 있다.
영화는 두 커플의 모습을 비춘다. 20대 커플인 윤성(고경표 분)과 은주(한서진 분)는 윤성의 군입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인생 최초의 1등급을 신체검사에서 받아본 윤성은 당차게 군대로 떠나려 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아직 총각 딱지를 떼지 못했다는 것이다. 윤성은 군대를 가기 전 총각 딱지를 떼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군입대를 위해 머리를 밀어야 할 돈으로 모텔비를 지불하거나, 제사용품으로 무드를 만들어 은주를 꼬드기는 것이다. 은주는 이런 윤성의 노력에 점점 실망과 두려움을 느낀다. 윤성의 진심이 의심되는 동시에, 그녀의 주위에서는 그녀에게 고무신들의 고난에 대하여 이야기해 불안해진다.
“우리 애 낳는 거 조금만 미루자”. 정규직을 꿈꾸는 성주(차현정 분)는 휴가 중에도 짬을 내어 일한다. 취업준비생인 백두(송삼동 분)와 성주의 사이에는 벌써 뱃속의 아이도 있다. 하지만 성주는 백두와 결혼할 꿈에 부풀어 있다. 그런데 여행 도중 전화 한 통이 울린다. 회사에서 퇴출 당했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백두에게 애를 지우자는 이야기까지 듣게 되면서 성주의 꿈은 와장창 무너지고 만다. 화가 난 성주는 백두와의 여행 중에 혼자 차를 몰고 서울로 올라가 버린다.
극 중 따로 나뉘어 비춰주던 두 커플의 고민거리는 성주가 휴가를 도중에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마주친다. 모종의 사건(?)으로 실랑이를 벌이던 그들은 모두 경찰서로 가게 된다. 그 곳에서 윤성이 여자에 대해 묻자 백두가 답한다. “그걸 알면 내가 이러고 있겠냐, 임마”. 어린 20대던 성숙한 30대건 연애가 어렵기는 매한가지인 것이다.
<청춘정담>은 일반 멜로 영화 속 극적인 사랑을 겪는 비현실적인 커플이 아닌, 현실문제에 부닥쳐 울고 웃는 커플들의 모습을 꾸밈없이 담았다. 그래서 관객들은 두 커플의 이야기 속에서 큰 공감을 얻게 된다. 어떻게든 한 번 하고 싶어하는 윤성과, 남자친구를 군대로 보내는 뒤숭숭한 마음의 은주의 모습에서 연애에 능숙하지 못했던 20대의 고민들을 볼 수 있다. 관객들은 이들을 통해 자신의 지난 또는 현재의 모습을 곱씹어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20대를 거친 30대의 커플의 현실적인 문제는 그들의 애정전선을 침범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휘젓고 다니고 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삼포세대의 정의에 딱 들어맞는 성주와 백두의 모습에 관객들은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의 연애는 멜로드라마처럼 항상 달콤하고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아름다운 사랑만 하고 싶어 하는 우리들 앞에는 너무나도 현실적인 장애물들이 존재한다. 그 장애물들을 마주치는 우리는 매 순간마다 울고 웃는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 청춘들의 연애는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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