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만화방이 ‘카페’라는 새 옷을 입고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침대에 누워 만화를 보고 있다가 종업원이 내려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 된 만화방. 그렇다면 이전의 음습하고 담배 연기가 자욱한 분위기를 지닌 만화방은 왜 변신하게 된 것일까?
만화방은 1980년대 전성기를 맞이한 만화 산업과 함께 성장했다. 당시에는 현재처럼 인터넷 등 온라인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다. 인기 콘텐츠인 만화를 즐길 수 있는 만화방이 인기를 끈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인터넷의 발달로 만화방은 침체기에 접어들기 시작한다. 박석환(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 교수는 “소비자들이 여가생활을 즐기는 패턴이 달라진 것”이라며 “온라인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PC방이 여가생활 수단으로서 존재해온 만화방의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의 발달로 점점 위축되던 만화방은 최근 ‘카페’형식으로 성행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만화를 다루는 공간이 생존하기 위해 카페형식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서찬휘 만화칼럼니스트는 “만화공간을 운영하기 위해 선택한 생존수단”이라며 “기존의 만화방의 환경은 경쟁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만화방을 찾는 손님들 역시 이에 공감하고 있었다. 정종원(동래구, 26) 씨는 “기존의 만화방은 불건전한 이미지가 강했다”며 “카페랑 결합하면서 친숙한 느낌이 들어 진입 장벽이 많이 낮아졌다”고 전했다. B(동래구, 24) 씨는 “이전의 만화방은 젊은 층이 가기엔 무서운 곳이라고 느껴졌다”며 “카페형식으로 바뀌면서 만화방을 쉽게 방문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복합문화공간 속에 만화라는 콘텐츠를 더해 소비자들의 관심이 늘어났다는 의견도 있다. 박석환 교수는 “90년대 PC방이 담당했던 여가생활 기능들을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커피전문점들이 대체했다”며 “현재 복합형 매장의 단계까지 도달한 커피 전문점이 만화책이라는 콘텐츠와 결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많은 만화카페 관계자가 이러한 이유로 창업을 결정했다. 북앤빅뱅 부산대점 김민석 대표는 “시대가 변하면서 소비자를 기존의 방식으로 끌어들이지는 못 한다”며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해 커피를 마시며 만화까지 볼 수 있는 복합적인 공간을 형성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웹툰이 단행본으로 출간되면서 만화방이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잡기도 했다. 순정살롱 박은효 대표는 “최근 많은 소비자들이 드라마나 영화화된 웹툰의 단행본을 찾고있다”며 “유료화된 웹툰을 구입하기 어려워 만화방을 찾으시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온라인에 회의를 느껴 오프라인 공간을 찾는 사람들도 있었다. 강채현(기장군, 18) 씨는 “핸드폰으로 웹툰을 볼 때도 있지만 익숙했던 종이책으로 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에 서찬휘 칼럼니스트는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공간만이 가지는 여유나 안정감을 즐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쾌적하고 편한 환경을 조성한 만화방에서 손님들이 만화를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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