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BIFF)를 둘러싼 논란이 이제 마지막까지 치달았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BIFF의 집행위원장직 사퇴를 선언했고, 기자회견을 통해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좌지우지 하면 안된다’고 밝혔다. 이에 영화계는 ‘서병수 시장이 지금 해야 할 유일한 일은, 부산국제영화제 운영에서 손을 떼는 것’이라고 답했다. 벌써 2년 째 지속됐던 그들의 갈등에 부산시민들도 등을 돌리고 있다. 영화의 도시 부산이라는 위상이 추락한지는 이미 오래다.
이상한 기류가 감지된 것은 2년 전 개최된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부터다. 부산시의 <다이빙벨> 상영 철회 요구와 이를 무시한 영화제 측의 상영 강행. 이후 부산시는 영화제의 특별감사를 실시했고 이용관 집행위원장에게 사퇴를 권고했다. 설상가상으로 영화진흥위원회에서는 영화제의 예산까지 절반으로 삭감했다. 부산시와 영화진흥위원회는 매번 그럴 듯한 이유를 대며 영화제를 압박했다. 첫 번째 이유는 ‘연초에 계획된 특정감사로 영화제 등 국고보조금이 들어가는 사업에 대한 감사’라는 것, 두 번째 이유는 ‘부산국제영화제 이외에 다른 영화제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무언가 이상하다. 아시아를 대표하던 영화제에 대한 대우가 고작 이런 것일까. 9년간 영화제를 이끌었던 집행위원장의 사퇴와 영화제를 만들어나갈 예산의 삭감. 각각의 행정 조치에 따라붙은 이유는 전혀 타당해보이지 않는다.
부산시의 거침없는 행보의 이유는 간단해 보인다. <다이빙벨> 상영 철회 요구를 거절했던 BIFF에 대한 보복성 행정조치라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 <다이빙벨>이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시킨다며 상영 철회를 요구한 부산시. 이에 대해 영화계는 영화제의 표현의 자유와 독립성이 지켜져야 한다며 상영을 강행했다. 자신들의 요구에 따르지 않은 것에 불만을 가진 부산시의 자존심은 결국 행정 조치라는 보복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해 개최된 BIFF에서 <다이빙벨>이 상영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2014년 4월, 476명의 승객을 태우고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의 침몰은 전 국민을 비애에 잠기게 만들었다. 선박을 무리하게 증축했던 선사와 승객을 버린 채 도망간 선장, 늦장 대응을 벌인 정부.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분노하는 국민들까지. 영화 <다이빙벨>은 표면적으로만 보이는 세월호 참사 그 너머를 담아내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였다. 한 사건의 슬픔과 진실을 담은 영화에 정치색을 입힌 것은 누구일까. 그리고 이를 이유로 영화제 자체에 정치색을 부여한 것은 누구일까.
20년 전 부산국제영화제가 시작할때만 하더라도 부산이 영화의 도시라는 명칭으로 불릴 것이라는 사실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세계적인 영화인들이 매년 10월 영화제를 찾기 위해 부산을 방문할 것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마지막까지 자존심을 굽히지 않고 있다. ‘부산의 자존심’인 영화제를 지키고 싶은 BIFF와 영화계. 부산‘시’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어 하는 부산시. 확실한 점은 지금 부산시가 그렇게 지키고 싶어 하는 자존심이 20년 동안의 공든 탑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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