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대학교 박한일 전 총장이 교수회의 총장직선제 요구를 묵살함에 따라 교수회는 총장 퇴진 운동에 나섰다

  지난해 8월 있었던 고현철(국어국문학) 교수의 희생은 전국 여러 국립대학에 총장직선제 추진의 불을 댕겼다. 하지만 지금까지 총장직선제를 포기하지 않은 학교는 한국해양대학교와 우리 학교뿐이다. 지난 5일 박한일 전 총장의 임기가 만료된 한국해양대학교는 후임 총장을 선출하기는커녕 아직 총장선출 방식에 대한 합의조차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해양대학교는 본래 ‘총장공모제(이하 공모제)’의 형태로 차기 총장을 선출할 계획이었다. 대학본부(이하 본부)와 교수회, 공무원직장협의회가 총장 선출 방식에 대해 논의한 결과 최종적으로 공모제를 시행하기로 합의했던 것이다. 따라서 작년 9월 공모제 시행이 공포되고 선거관리위원 추천이 있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고현철 교수가 총장직선제(이하 직선제) 수호를 외치며 투신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교수회에서 선거관리위원을 추천하는 대신 총장 선출 방식에 대한 의견을 묻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작년 8월 31일부터 교수회는 교수들을 대상으로 총장선출 방식에 대한 선호도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86.5%(192명)의 교수들이 직선제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교수회는 작년 9월 14일 임시 교수회의를 소집했고 112명이 투표에 참가해 71.4%(80명)가 직선제에 찬성하면서 직선제 추진이 결정됐다. 하지만 본부 측은 교수회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해양대 교수회 설동일(항해학) 교수회장은 “본부에서 교수들의 뜻에 따르겠다고 했지만 2달 후에 말을 바꿨다”며 “다시 한 번 교수들의 의사를 물어봐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교수회는 본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작년 11월 총장 선출 방식에 대한 의견을 묻는 투표를 진행했다. 이 투표에서 참여자 237명 중 57.4%(136명)가 직선제에 찬성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본부는 투표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육부에서 직선제로 선출한 총장을 임용하지 않을 것이며 재정적 불이익을 줄 것이라는 공문을 보냈다는 이유였다. 박한일 전 총장은 작년 12월 교수회의를 소집해 “교육부의 뜻을 거스를 수 없다”며 “직선제 수용은 곤란하다”고 못을 박았다.
이에 교수회는 반발하고 나섰다. 두 차례의 투표를 통해 직선제 추진이 결정됐음에도, 본부가 이를 수용하겠다는 약속을 깨트렸다는 것이다. 교수회가 학내에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거는 등 강하게 나서면서 학내 갈등은 극에 달했다. 그러던 지난 15일 박한일 전 총장은 돌연 교육부에 총장 직무정지를 신청했다. ‘학내 갈등에 따른 행정공백을 줄여 학교를 정상화시키기 위해’라는 이유에서였다. 총장 직무대리는 김윤해(기계공학) 교무처장이 맡았다.
  작년 12월 이후 본부와 교수회 사이의 협의는 전혀 진전된 바가 없다. 한국해양대 교무과 송전희 과장은 “계속해서 협의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결정된 부분은 전혀 없다”고 전했다. 양 측이 평행선을 달리는 것처럼 총장 선출 방식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A(해양생물공학 07) 씨는 “교육부의 입김이 너무 강한 것 같다”며 “이왕이면 직선제를 하는 편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일(환경공학 11) 씨는 “불이익의 우려가 있는 상황임으로 공모제가 나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평행선이 영원히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직무대리 체제가 장기화되면서 행정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박한일 전 총장의 임기가 지난 5일로 종료된 것도 문제다. <교육공무원법> 제24조 5항은 총장의 임기만료 3개월 이내에 총장 후보자를 추천하지 못할 경우 교육부에서 임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교수회는 오늘(7일) 교수회의를 소집하고 총장 선출 방식에 대해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설동일 교수회장은 “직선제를 향한 염원에는 변함이 없지만, 무책임하게 행정공백을 방치할 수 없다”며 “이번 교수회의가 앞으로의 길을 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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