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열의 학생이라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수업을 듣는 곳이 실험실이다. 이처럼 많은 학생들이 실험을 하는 곳인 만큼 실험실 안전관리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우리 학교 실험실은 시설에서부터 안전교육까지 개선해야할 문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우리 학교의 실험실은 어떠한 상황이고,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알아봤다.

실험기자재 노후화 심각,안전환경 시설에도 문제있어

  우리 학교에는 작년기준으로 △부산캠퍼스 492개 △양산캠퍼스 101개 △밀양캠퍼스 94개 △총 687개의 실험실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들 실험실이 모두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는 못했다. 먼저 실험기자재 노후화 문제가 제기됐다. 실험기구가 파손되거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실험을 진행하기 힘든 경우가 있는 것이다. 자연과학대학 박재현(생명과학 11) 회장은 “실험수업 중에 기구가 작동하지 않아 실험수업이 중단된 적이 있었다”며 “새로운 기구로 교체하여 실험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실험기구 관리뿐만 아니라 안전 환경 시설에도 문제가 있었다. 우리 학교의 ‘2015년 실험실 안전등급현황’에 따르면 ‘안전 환경이나 시설에 문제가 있어 안전 환경개선이 필요한 상태’인 3등급을 받은 실험실은 109(15.9%)개였다. 실험실 10곳 중 1곳 이상이 안전 환경이나 시설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은 셈이다. 분야별로 지적 현황으로는 화공안전이 전체 1,516건 중 536(35.4%)건, 일반안전이 247(16.3%)건, 전기안전이 235(15.5%)건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인 지적사항은 다양했다. 공과대학 건축공학과 실험실에서는 방수 불량으로 전기분전함 내로 누수가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범대학 화학교육과 실험실에는 유해 물질이 눈에 들어갔을 때 세척할 수 있는 설비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다. 연구 실험에서 많이 사용하는 가연성 가스인 수소와 아세틸렌에 대한 가스누설경보설비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폭발사고의 위험이 잠재되어있는 경우도 있었다. 시설과 김동현 직원은 “지난 2일, 각 학과와 단과대학에 지적사항을 시정하라는 공문을 보냈다”며 “4월 중으로 개선대책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대로 관리되기 어려운 실험실, 안전교육도 미흡해

위) 화학교육과의 한 실험실, 위급상황시 눈을 세척할 수 있는 설비가 없다
아래) 화학과의 한 실험실 출입구에 실힘기자재가 적재돼 있다. 이런 출입구 앞 장애물은 비상시 대피를 어렵게 만든다

  전반적인 실험실 안전관리를 위해 배치된 안전환경관리자도 제 역할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학교는 △부산캠퍼스에 3명 △양산캠퍼스에 2명 △밀양캠퍼스에 2명의 안전환경관리자를 지정했다. 그러나 지난 2일 시설과에서 발표한 ‘부산대학교 연구실 정기점검 및 정밀안전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안전환경관리자는 안전업무 및 시설업무 등의 겸임으로 인해 업무 과중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각 학과별 연구실 안전책임자로 학과 교수가 지정되어있으나, 일부 연구실에서 일상점검이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문제로 지적됐다.
학부생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험실 자체안전교육 지침서’에 따르면 실험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학생용 안전선언서를 교수나 조교에게 제출하여야한다. 안전선언서를 제출하기 전에는 실습작업에 참여할 수 없다고도 명시돼 있다. 하지만 안전선언서 제출 없이 실험수업을 진행하는 사례도 있었다. 또한 실험 수업이전에 학생들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해야 하지만, 실험 일정이 빡빡하다는 이유로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도 했다. 공과대학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기말고사 직전이 되서야 ‘실험실자체안전교육 지침서’를 나눠주고 읽어보라고 했다”며 “일정이 바쁘다며 안전교육을 시행하지 않던 수업도 있었다”고 전했다. 시설과 이상길 직원은 “연구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집합교육과 사이버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각 단과대학에 집합교육에 대한 공문을 배부하여 신청을 받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험실 안전이 보장되기 위하여

  전문가들은 실험실 안전관리가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산업안전보건공단 화학물질연구센터 이근원 소장은 “가장 귀중한 것이 사람의 생명이기 때문에 실험실 안전관리는 당연하다”며 “연구 활동에 있어 연구원을 보호하는 것은 크게 보면 과학기술의 발전과도 연관된 문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중요성을 인지하고 실험실 안전관리를 모범적으로 하고 있는 대학도 있었다. 예컨대 대학정보공시제도 ‘대학알리미’의 실험·실습실 및 시설 안전관리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대학교는 우리 학교 실험실의 2배에 가까운 1,351개의 실험실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3등급을 받은 실험실은 16(1.18%)개에 불과했고, 1, 102(81.6%)개가 ‘연구실 안전 환경에 문제가 없고 안전성이 유지된 상태’인 1등급으로 나타났다. 충남대학교 역시 우리 학교보다 많은 980개의 실험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3등급으로 평가받은 실험실은 한 곳도 없었고, 1등급을 받은 실험실의 비율은 95.7%(938개)나 됐다.
실험실 안전을 위한 체계적인 방안을 모색한 학교도 있었다. 동국대학교는 2009년 대학 최초로 실험실별 위험물질 보유현황을 전산화해 ‘실험실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2013년에는 4만 7,000여 종의 약품 보유현황을 포함하여 전체 실험실 점검과 관리를 전산화했다. 2014년에는 스마트폰으로 위험약품의 이름과 위험도를 검색할 수 있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까지 개발하는 등 실험실 안전관리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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