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제 간 구분 없는 ‘통섭’ 필요

    최근 사회 곳곳에서는 학문 구분의 폐단을 극복할 대안으로 ‘통섭’이라는 개념이 떠오르고 있다. 통섭이란 '큰 줄기를 잡다'라는 뜻으로 성리학과 불교에서 이미 사용하던 용어다. 통섭이란 말은 20세기말까지 널리 알려지지 않았으나 에드워드 윌슨이 1998년 <통섭, 지식의 대통합>이라는 책을 내면서 다시 알려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재천(이화여대 에코과학) 교수가 2005년 번역본을 출간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책에서는 통섭을 ‘단순한 학제 간 연구의 수준을 넘고, 학문 간의 장벽을 낮춰 자유로운 교류가 일어나는 범학문적 접근’이라고 설명한다. 김유신(전자전기통신공) 교수는 “모든 학문은 ‘의미를 따진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사고방식이 같다”며 “의미의 형태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그것을 융합하면 폭넓고 효과적인 의미 추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몇몇 대학들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오고 있다. 활동이 가장 두드러지는 이화여대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한데 묶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자’는 취지로 2006년 통섭원을 개설하고 최재천 교수를 원장으로 임명했다. 또한 건국대는 2007년부터 인문, 기술, 예술문화, 사회, 과학, 미래사회와 공학 등 6개 분야를 융합해 총 100개 강좌를 하는 ‘100분(分) 100강’이라는 교양강좌를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대는 지난해 ‘세계 수준의 대학’ 프로젝트의 하나로 학문 간 경계를 허물고 첨단 분야에 대한 융합연구를 위한 7개 융합 관련 학과 및 전공을 개설했다.
 

  우리학교는 대학원 ‘과학기술의역사와철학 협동과정’, 학부에서는 공과대학의 ‘공학 작문 및 발표’ 과목, 기타 교양과목 등에서 통섭을 들여다볼 수 있다. 현재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 학기 고분자공학과 전공필수 ‘공학 작문 및 발표’ 수업을 진행한 하창식(고분자공) 교수는 “갈수록 넓어져 가는 문·이과간 간격을 좁힐 수 있도록 학제 간 구분을 완화하는 과목들이 더 늘어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일반교양 ‘인물로 보는 기술의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한수선 강사도 “부산대도 다양하고 질 높은 교양과목들을 개설해 통섭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현재 학계에서도 통섭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는 가운데 이왕주(윤리교육) 교수는 “분화된 전공영역에서 각자의 분석틀을 공유하는 것이 아닌, 학제 간 장벽을 아예 허물어 버리는 근원적 통섭이 진정한 통섭이다”라며 “현상이 드러내려 하는 진실에 각자 낼 수 있는 최대한 답을 내는 ‘차이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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