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1762~1836) 선생님께서 책벌레란 소문을 들어서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독자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어험, 나는 조선시대의 실학자라네. 성균관을 나왔고 과거급제에 성공했지. 하지만 정조대왕께서 승하하신 후, 나는 강진에 유배되었네. 그 때부터 20년이라는 긴 세월을 곁눈질 하나 안하고 독하게 독서에 매진하게 되었어. 나중에는 뼈가 시려 앉을 수가 없어서 벽에 시렁을 매어 놓고 책을 읽을 때도 있었네. 이런 많은 독서를 통해 나는 500여 권의 책도 저술할 수 있었지.

▲20년간 유배생활을 하시면서 그렇게 책을 많이 읽으셨다면 나름의 확고한 독서론 생겼을 것 같은데, 그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내가 귀양지에서 두 아들놈들에게 편지를 보내 독서의 목적에 대해 말했던 것이 있네. 독서는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거나, 이를 통해 출세하기 위한 것이 아니네. 독서는 실용에 뜻을 둬야하네. 즉, 자신의 삶의 문제와 세상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임해야 독서를 즐길 수 있고 그 참 뜻을 찾았다고 할 수 있네.

 

 

 

▲아들들에게 독서에 대해 편지를 많이 보내셨나보네요. 아들에게 혹시 선생님의 독서법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면 독자들에게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암, 소개해줄 수 있지!바로 초서지법이라는 것이네. 내가 유배지에서 생각을 해 보았는데, 마구잡이로 그냥 읽어 내리기만 해서는 하루에 천백 편을 읽어도 오히려 읽지 않은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네. 아무런 독서법 없이는 영양가 없는 독서가 된다는 말이네.
  그래서 아들에게 가르친 것이 있네. 책에서 자신이 필요한 핵심을 짚어내 따로 목차로 만드는 독서법, 바로 ‘초서지법’ 말일세. 주체적인 입장에서 내용을 발췌하고 하나의 주제에 부합하는 여러 내용을 많은 책에서 모으고, 발췌뿐만 아니라 그 요점을 자신의 표현으로 재구성하여 초서를 만드는 것이 나의 독서법이지. 이렇게 만든 초서는 나중에 저술 활동을 하는데도 도움이 된다네. 잘 정돈된 초서를 바탕으로 저술한 책은 두고두고 읽히는 좋은 책이 되네.

▲초서지법에 따라 만약 목차에 벗어나지만 꼭 채취할 내용이 있다면 어떻게 하나요?
  따로 한 책을 갖추어 얻는 대로 기록해야 힘을 얻을 곳이 생기는 것이네. 물고기 그물을 쳐놓았는데 기러기가 걸렸다면 어찌 버리겠나? 그렇게 하나하나 일관된 여러 목차를 구성하여 나가다 보면 자기 식견에 중심이 잡힐 것이네. 또 상당한 학문적 밑바탕과 독서가로서의 능력도 얻을 수 있을 것일세.

▲자신만의 식견을 키우기 위해 어떤 책을 읽는 것이 좋을까요?
  나는 두 분류의 책을 꼭 읽을 것을 당부하고 싶네. 첫째는 자기 몸을 갈고 다듬는데 필요한 책이고 둘째는 우리나라 역사와 고전이네. 자신을 수양하는 것이 먼저니, 논어, 맹자와 같은 책을 읽어 올바른 밑바탕을 가져야 하지. 그리고는 우리의 현실을 알고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자주성을 알아야 하니 <삼국사기>, <고려사>와 같은 역사책과 옛날 시가들을 읽는 것이 중요하네. 우리나라 것을 바탕으로 외국의 것을 배워야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주체성을 견고히 할 수 있는 것이지.
  이렇듯 자신의 주견을 확실히 다져놓는다면 초서를 하는 데에 있어 객관적인 기준을 통해 핵심을 뽑아낼 수 있을 것이야.


*참고자료 : <다산 정약용의 독서론>, 이만수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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