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광주고등법원은 학교법인 '홍복학원' 이홍하 설립자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교비 898억 원을 포함해 약 1,000억 원을 횡령했다는 이유였다. 그는 앞서 1998년과 2007년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법정에 섰지만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1979년 옥천여자상업고등학교를 설립하며 시작된 그의 비리는 한 학교의 교비를 착복해 다른 학교를 세우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홍복학원은 6개의 대학과 3개의 고등학교를 거느리게 됐다.
하지만 홍복학원의 경우는 전체 사학비리에서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학비리의 심각성과, 이것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짚어봤다.

 

우리나라 전체 대학 중 사립대학이 차지하는 비율은 80%를 상회한다. 그리고 적지 않은 사립대학들이 각종 비리로 인해 홍역을 앓고 있다. 2013년 정의당 정진후 의원실에서 발표한 <사립대학 부정‧비리 근절 방안>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대학의 설립자나 전·현직 이사장, 총장 등이 비리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은 사립대학은 53곳에 달했다.
이들 중에는 학교의 경영이 부실해지면서 사립대학 법인과 구성원들이 마찰을 빚은 곳들도 있다. 청주대학교의 경우 2014년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되면서 총학생회와 교수회 등이 당시 김윤배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구성원들의 퇴진 운동으로 물러난 청주대 김윤배 전 총장은 현재 업무상 배임과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는 중이다. 지난해 수원대학교에서는 재학생 50여 명이 학교와 재단을 상대로 등록금 반환 소송을 내기도 했다. 학교의 재정이 양호한데도 교육환경이 전혀 개선되지 않아 피해를 봤다는 취지였는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학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수원대 이인수 총장 역시 교비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사립대학 비리가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친인척 위주의 폐쇄적 경영 심해

우선 친·인척을 중심으로 한 폐쇄적인 운영 구조를 원인으로 들 수 있다. 2012년 드러난 극동대학교 비리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극동대 류택희 명예총장과 그의 아들, 조카, 종친 등은 학교의 요직을 장악하고 265억 원을 횡령했다. 이 사건은 이홍하 설립자의 천억 원대 비리가 드러나기 전까지 최대의 사학비리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가 끝날 무렵 청주지방검찰청 충주지청 김창희 청장은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사학비리”라며 “족벌체제로 운영되는 사학비리의 전형적 케이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친·인척을 이사회 임원이나 교직원으로 선임할 경우 대학을 사유화하고 부당한 이득을 취하기 쉬워진다. 하지만 친·인척이 연관된 법인 운영은 소수의 대학만이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교육부가 2013년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41개 사립대학 법인 중 91곳에서 설립자나 이사장, 이사의 친·인척이 근무하고 있었다. 사립전문대학 법인에서는 이 비율이 더 높아져 전체 99개 법인 중 무려 87곳에서 친·인척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친·인척을 중심으로 운영이 가능한 것은 이를 제지할만한 법적 장치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사립학교법>은 제21조에서 법인 이사와 친족관계에 있는 자가 전체 이사정수의 4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법인사무국 직원이나 대학 교직원에 대한 제한사항은 존재하지 않아 자유로운 친·인척 선임이 가능하다. 제54조에서 이사장의 배우자나 직계 존·비속을 총장으로 임명할 수 없다고 규정해두긴 했지만, 이마저도 이사정수 3분의 2이상의 동의를 얻을 경우 관할청의 승인을 받아 임명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두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법인 내부의 견제는 사실상 불가능

특정한 인물이 법인과 대학을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에 대한 내부적 견제도 제대로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다. <사립학교법>은 특정인에 의한 전횡을 방지하고자 이사회 이사 중 일부는 개방이사로 선임토록 하고 있다. 대학구성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선임된 개방이사들이 이사회에서 견제와 감시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개방이사제가 도입된 이후인 2008년부터 5년간 50곳이 넘는 사립대학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은 개방이사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게 한다.
개방이사제가 실효성을 거두기 힘든 이유 중 하나는 법인과 이해관계에 있는 자가 개방이사로 선임되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2015년 국정감사에 제출한 ‘사학법인 개방이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8개의 사립대학 법인 중 91곳에서 법인과의 직·간접적인 이해관계자를 개방이사로 선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이 중 28곳은 개방이사 전원이 이해관계자였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개방이사는 개방이사추천위원회를 통해 선출된다. 문제는 개방이사추천위원회 위원 구성이다. 2015년 국정감사에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의원은 “사학법인이 추천한 인사가 개방이사추천위원회의 37.1%에 달한다”며 독립적인 개방이사를 선임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교수, 직원, 학생을 운영에 참여시켜 민주성을 제고하고자 만들어진 대학평의원회도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대학평의원회는 심의기구와 자문기구의 중간적 성격을 띠고 있다. 따라서 학교 법인은 대학평의원회의 심의를 꼭 거치지 않아도 중요 사항을 결정할 수 있으며, 설사 대학평의원회에서 반대의사를 표명해도 권고적 효력만을 가질 뿐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 시행령>제10조가 대학구성원 외에 ‘동문 및 학교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를 대학평의원회에 포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구성원들의 운영 참여라는 취지는 더욱 빛이 바래고 있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도리어 사학분쟁 ‘조장’

한편 교육부장관 산하에는 비리나 학내 갈등 등으로 흔들리는 사립대학 법인을 정상화하기 위한 기관이 존재한다. 2007년 <사립학교법> 재개정에 따라 설치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가 그 주인공이다. 사분위는 임시이사를 선임 및 해임하거나 법인을 정상화 하는 것에 관한 사항을 심의한다. 하지만 사분위가 각종 비리로 물러난 인사들을 다시 학교로 불러들여, 도리어 사학분쟁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예컨대 상지대에서는 사분위가 구재단 측에게 정이사 과반수를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준 덕분에, 사학비리로 복역했던 김문기 전 이사장이 총장으로 돌아오는 일이 벌어졌다.
이런 경우 <사립학교법>은 비리에 연루된 이들의 복귀를 제한하는데 무력하다. 범죄를 저질러 처벌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5년만 지나면 임원이나 총장으로 선임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사립학교법>,
2년 만에 이뤄진 2번의 개정

사실 이 같은 사립대학 법인의 폐쇄성과 비민주성, 그리고 여기서 기인하는 각종 부정을 해소하고자 하는 시도는 이전부터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노무현 정부에서 열린우리당 주도로 이뤄진 <사립학교법> 개정이다. 2004년 8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 9명은 <사립학교법> 개정에 관한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더 이상 사학에 부패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학교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학교법인 이사회의 친족 족벌 경영을 차단하고 감사제도를 내실화하여 폐쇄성을 극복”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2005년 12월 9일, 열린우리당은 민주노동당, 민주당과 손잡고 법 개정을 저지하려는 한나라당과 육탄전을 벌인 끝에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방이사제 도입 △임원선임의 제한 강화 △임원의 겸직금지 강화 △총장 임기의 제한 △대학평의원회 설치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이었다.
하지만 개정된 <사립학교법>은 곧 한나라당과 사학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쳤다. 특히 한나라당은 53일간 장외투쟁을 벌인데 이어 <사립학교법> 재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 어떤 법안 처리에도 협조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자연스럽게 국회는 파행을 겪었고 열린우리당은 백기투항을 선택했다. 결국 2007년 7월, 이번에는 민주노동당의 거센 항의 속에서 <사립학교법> 재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2005년 개정안에서 △개방이사 선임방식 변경 △임원선임 제한 완화 △임원의 겸직금지 완화 △총장 임기제한 완화 △대학평의원회 권한 축소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신설이 이뤄진 상태였다.

전면적 <사립학교법> 개정 있어야

결국 사립대학의 비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립학교법>의 전면적인 개정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친·인척 중심의 폐쇄적인 구조에서 사학분쟁을 조장하는 사분위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문제가 현행 <사립학교법>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5년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발행한 <개정 사립학교법 해설집>은 ‘많은 사학이 친·인척 중심의 폐쇄적 학교경영’을 하고 있어 ‘개인·집단의 영향력에 좌우되지 않는 사학 경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고 ‘사학의 임원간 분쟁, 인사 및 회계비리 등이 발생’해 ‘비리를 견제하고 예방할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적고 있다. 지금과 다를 바가 없는 인식이다.
현재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 정의당 정진후 의원 등이 발의한 <사립학교법> 개정안 몇 개가 계류 중이다. 모두 사립대학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취지로 발의됐다. 그러나 19대 국회의 임기가 거의 끝나가는 지금까지 그 어떤 법안도 법안심사소위원회의 문턱 조차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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