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부산역 광장에 ‘횃불의 춤 거리예술제’의 이름으로 지역예술인들이 100여 명 모였다. 왜 이렇게 많은 예술인이 모인 걸까? 바로 종합대학의 예술학과 폐과에 반대하는 몸짓을 펼치기 위해서였다. 봉화가 이어 퍼지듯, 예술인들의 예술학과 폐과 반대의 몸짓이 전국에 이어 퍼지길 바라며 거리예술제가 열렸다. 2011년 동아대 무용학과 폐과부터 △신라대학교 무용·미술·음악학과 △경성대학교 무용학과 △동의대학교 미술학과가 구조조정 통보를 받으면서 지역예술인들이 일어난 것이다

부산 지역의 사립대학교 예술학과들이 구조조정으로 통합되거나 폐과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예술학과의 연이은 통폐합으로 지역예술계 역시 고사될 위기에 처해 문제의 심각성이 가중되고 있다.

구조조정 1순위는 예술학과?

최근 부산의 사립대학교 예술학과들이 진통을 겪고 있다. △신라대학교 무용·미술·음악학과 △경성대학교 무용학과 △동의대학교 미술학과가 학교로부터 구조조정 통보를 받은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해당 대학교가 교육부에서 추진 중인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육성사업’(이하 프라임 사업)에 참여하면서 발생했다. 사회 수요에 맞춰 학사 구조를 개편하는 프라임 사업에 대학들이 참여하면서 예술학과를 우선적으로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경성대학교 무용학과는 학생과 교수들의 반발로 폐과 결정을 철회하고, 2017학년도 신입생을 모집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2018학년도의 신입생 모집은 다시 논의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동의대학교 미술학과는 디자인과와 통합하기로 학교 측과 합의했다. 동의대학교 미술학과 김민주(14) 회장은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1인 시위나 서명운동을 펼쳐서 학교 측에서 합의 테이블을 마련했다”며 “학교 사업 측면에서도 학과 운영이 안정적이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 통합을 합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라대학교 무용학과의 경우 “학교 측과 논의 중이라 현 상황에 대해 답해주기 어렵다”고 전했다.
예술학과가 다른 학과보다 구조조정의 도마에 오른 것은 최근 일만은 아니다. 지난 2011년 동아대학교 무용학과는 학교의 일방적인 통보로 폐과가 결정됐다. 당시 동아대학교 관계자는 “정원 미달로 오래전부터 논의됐던 사안으로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폐과를 막기 위해 농성까지 벌였던 동아대학교 무용학과 졸업생 A 씨는 “무용을 하고 싶어 학교에 진학했지만, 학교에서는 이미 폐과를 결정한 상태였다”며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자신들의 입장만 둘러 말하기 급급한 학교 측의 모습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예술학과는 다른 학과보다 우선적으로 구조조정 대상으로 논의된다. 학과 구조조정의 기준에 취업률과 성과가 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예술학과는 이공계 학과와 달리 취업과 성과로 평가하기 쉽지 않지만, 이공계 학과와 같은 기준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취업률이 저조한 예술학과가 점수를 낮게 받으면서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경성대학교 무용학과 동창회 김경옥 회장은 “학교 입장도 이해는 가지만, 취업률을 잣대로 예술을 평가해서 안타깝다”며 “종합대학으로서 예술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되어 줘야 한다”고 전했다.

내몰리는 예술학과
떠밀리는 지역예술

올해 부산광역시는 청년 예술인들의 창작을 지원하기 위해 향후 5년 동안 2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부산의 젊은 예술가들의 기반이 되어주는 대학 예술학과가 폐과되는 상황은 이와 모순되고 있다. 잇따른 예술학과의 통폐합이 지역예술을 고사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인들은 예술학과 통폐합이 지역 인재 유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많은 지역 예술 인력들이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있는데, 예술학과가 통폐합된다면 발붙일 토대와 기회까지 없어진다는 것이다. 우리 학교 박은화(무용학) 교수는 “학생들이 부산의 예술대학에 진학하고 싶어도 학과가 사라진다면 예술인의 꿈을 가질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특히 부산은 무용학과가 부족하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라고 전했다. 이에 관해 지역 예술이 대학 없이는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도 있었다. 부산 민주공원 신용철 큐레이터는 “대학은 예술가들이 사회로 나올 수 있는 수원지 중 중요한 요소”라며 “예술학과가 사라져 예술 인재들이 유출되는 것은 지역예술계에도 큰 손실”이라고 전했다.
또한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예술인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존 지역예술계에서는 학과의 후배들이 예술인으로 활동하는 선배들을 도와주면서 활기를 북돋아 주는 역할을 해왔다. 더불어 신진예술인으로서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예술계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했다. 그러나 더 이상 후배가 양성되지 못하면, 이런 선순환 구조가 무너진다. 특히 무용계는 이러한 현상에 더 치명적이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부산지회 춤위원회 강주미 위원장은 “무용은 개인 작업보다 공동작업이 많다”며 “지역예술인이 더 이상 양성되지 않으면 작품 활동이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예술인력의 유출과 신진예술인 양성의 어려움은 결국 지역예술계 위기로 이어진다. 신용철 큐레이터는 “지역예술계에서 청년예술가가 많이 배출 안 되는 상황에, 양성되는 창작자들이 없으면 아무리 시에서 지원하더라도 지역예술계는 하던 사람만 하게 되는 고령화가 올 수도 있다”고 염려했다. 강주미 위원장 또한 “지역예술계가 스스로 자생할 수 없는 환경이 부족한 데, 문화예술을 보존하고 생산하던 대학이 없어지고 있다”며 “예술계가 싹 틔울 수 있는 기반을 흔드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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