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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이어갈 대학생들, 소녀상 지킴이를 자처하다
  • 김지영 기자
  • 승인 2016.02.28 07:22
  • 호수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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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나비 네트워크’서울대표 박은혜 (서강대 경영학 11)

추운 겨울의 끝자락, 철거될 위기에 처한 위안부 소녀상을 하루 종일 옆에서 지키고 있는 대학생들이 있다. 바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결성된 프로젝트 동아리 ‘평화나비 네트워크(이하 평화나비)’다. 작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가 발표된 후, 일본 정부가 위안부 소녀상을 철거할 것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들은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위안부 소녀상 옆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 17일, 농성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17일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1,218회차이자, 위안부 소녀상(이하 소녀상) 이전을 반대하는 대학생들이 농성을 시작한지 50일째 되던 날이었다. 평화나비 소속 대학생들은 수요시위 공동주관으로서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둘러 모여 피켓을 들고 있었고, 주위에는 기자들과 경찰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대구광역시 88) 할머니는 “이제 (농성) 그만하세요, 대학생 여러분 부모님들 걱정하세요. 제 마음이 찢어집니다!”고 성토하셨다. 오열하시는 이용수 할머니의 마이크를 평화나비가 대신 받아들었다. 평화나비 소속 대학생들의 낭독이 뒤이었다.

한일 위안부 합의, “우리는 동의하지 못한다”

작년 12월 30일부터 시작된 대학생들의 농성은 △평화나비 △겨레하나 △청년하다 등 8개의 대학생·청년 단체에서 돌아가며 주관하고 있다. 수요시위가 마무리된 후에 평화나비 소속 대학생들은 길거리에 식사를 위해 삼삼오오 앉아 모였다. 그곳에서 그들이 왜 길바닥에 앉아 밥을 먹고 생활하는 농성을 시작했는지 들을 수 있었다. 김샘 대표는 “작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가 발표된 당시에 언론에서 합의문의 문제를 지적하기보다는 ‘대승적 타결’이라는 보도가 많이 나왔다”며 “시민들에게 문제를 알리는 행동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김샘 대표와 박은혜 대표는 ‘합의문의 문제를 알리는 행동이 필요해서’ 24시간 농성을 시작한 것이다. 박은혜 대표 역시 “소녀상을 기습철거할 위험성도 있고 우리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동의를 못한다는 것을 알려야 했다”고 말했다.

우리가 기억하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 하도록

농성장은 방한텐트도 칠 수 없는 열악한 상황이었다. 박은혜 대표는 길바닥 위에 깔려있는 전기장판에 앉아 무릎 담요를 덮은 채 이야기를 계속했다. 앞서 수요시위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크게 걱정하며 농성을 그만두라고 당부할 정도였다. 하지만 박은혜 대표는 여기에 있는 것이 할머니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그는 “막상 해보면 그렇게 힘들지는 않은데, 우리를 찍은 사진을 보면 난민이 따로 없죠”라며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샘 대표 역시 “대학생들은 미래 세대로서 문제를 기억하고 이후에 다시는 위안부 문제 같은 것이 일어나지 못하게 할 책임이 있다”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님들의 평균 연령 88세인데, 문제가 정의롭게 해결되면 인권이 좀 더 존중받는 세상에서 앞으로 살아갈 것은 우리다”고 말했다.

내 ‘일’이라는 마음가짐

대학생들은 적극적으로 시위에 임하고 있다. 수요시위의 성명서 배포,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우산 씌어 드리는 일 몸짓공연 이제는 24시간 농성까지 한다. 이렇게 궂은 일, 몸으로 때우는 도맡아 하는데 있어서 그들은 자신의 일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박은혜 대표는 실제로 자신의 가족 중에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박은혜 대표는 “현재 정부에 등록되신 2백 명의 피해자 할머님들 외에도 분명히 더 피해자들이 있었을 텐데 사회적 시선 때문에 평생 말을 꺼내지 못하신 분들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렇다면 이 사회에서 내 할머니가 피해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은혜 대표는 대학생들이 미래에 인권을 당당히 주장하며 살기 위해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은혜 대표는 “대학생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후손으로서 해결하지 못한 ‘가해자’이자 해결이 안 된 사회에서 사는 ‘피해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신의 ‘일’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농성에 임하고 있다.
그들은 한일 합의 문제와 소녀상 이전이 타자화 되기 쉬운 문제라고 지적하며, 할머니들에 대한 동정이나 하나의 역사문제라는 인식에서 시작해 문제를 접근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박은혜 대표는 “70년 전의 일이고 피해자가 명백하여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하기 쉬운 것 같다”며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은 결국 나와는 별개의 일이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샘 대표는 “소녀상은 단순히 역사를 기록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할머니들과 시민들이 함께 이루어낸 우리들의 결실”이라고 전했다.

   
 ‘평화나비 네트워크’전국대표 김샘 (숙명여대 한국어문학 11)

 

학생으로서의 본분을 지키며, 행동을 이어 나간다

박은혜 대표는 역사적인 독립운동 벌어졌던 삼일절을 기념해서 3월 1일에 농성을 끝마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원래 1월에 끝마칠 농성이었는데 지금까지 연장된 것을 보면 언제 끝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제는 3월 1일이면 학기가 시작되고 학생의 본분은 학교를 다니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농성을 소녀상 주위에서 24시간 이어가는 것은 대학생으로서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은혜 대표는 “소녀상 옆이 아니라 각 대학교에서 수요시위를 연다는 등의 행동을 해나가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longwill@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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