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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당사자가 아닌, 합의 당사자를 위한 ‘한일 위한부 합의’?
  • 손지영 기자
  • 승인 2016.02.28 07:16
  • 호수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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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만에 체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에서 일본은 자신들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고, 합의 이후에는 합의 내용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 또한 합의 과정에서 국제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강제성을 띠지 못한다.

사죄와 반성의 ‘마음’만 있고 ‘행동’은 없는 일본 정부

위안부 합의에서는 일본 정부가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 하였을 뿐, 책임에 대한 이야기는 빠져있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이 위안부 재단을 설립하는데 10억 엔을 보상하겠다고 공표했다. 이는 ‘국민기금’의 형식으로 자신들에게 ‘법적 책임’이 없다는 것을 표명하는 것이다. 또한, 위안부 합의에서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에서 일본 정부에 요구한 △진상규명 △역사교육 △책임자 처벌 등 7가지 행동 중 어떤 것도 없었다. 경북대 김창록(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 정부가 국민기금을 대신하며 일본의 법적 책임 회피를 도와주게 된 셈”이라고 했다.
합의 이후 일본 정부는 피해자에 대한 공식사죄를 거절했다. 아베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통해서 사죄했다며, 더는 후대에 사과가 이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태도를 밝혔다. 이에 정대협 류지형 활동가는 “당사자에게 직접 사과하지도 않고, 두 사람의 전화통화 내용을 공개한 것도 아니면서 이런 식으로 넘어가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일본 정부의 잘못을 꼬집었다.

합의는 지켜지지 않았고, 지킬 수도 없었다

일본 정부는 합의 이후 합의 내용에 위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 지난 16일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제63차 회의에서 일본 정부 대표는 위안부 강제동원 주장은 조작된 것이라고 강변하였다. 스기야마 신스케 외무성 심의관이 “정부가 발견한 자료에는 군이나 관헌에 의한 강제연행을 확인할 것은 없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위안부 합의에서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함’이라고 명시한 것과는 상반된 태도이다. 장동표(역사교육) 교수는 “일본 정부는 강제연행을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일본군은 위안소를 설치·운영했고 국가적으로 이런 시스템을 묵인했으므로 이는 국가의 책임”이라고 전했다.
위안부 합의에서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됐음’을 약속한 것과 그럼에도 지속해서 언론에 위안부를 거론하는 것 둘 다 맞지 않는다. 위안부 문제는 전쟁범죄이자 반인도적 불법행위이다. <국제인권규약>에서 ‘전쟁범죄 및 인도에 반하는 죄에 대하여는 공소시효가 없다’고 규정하였으므로 ‘불가역적’이라는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

합의 앞에 인권도 규정도 없었다

이번 합의에서 가장 큰 문제는 국제법상 인권 기준과 조약 요건 기준 둘 다 위반했다는 것이다.
위안부 합의는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과의 사전논의 없이 기습적으로 이루어졌다. 위안부 합의가 발표된 이후 외교부 조태열 제2차관은 “연휴가 사흘이나 됐기 때문에 따로 의논을 드리지 못한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변명을 했다. 하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국제인권규약>을 위반한 전쟁범죄이므로, 수사·사법 과정에서 피해자의 참여를 통한 권리구제가 국제법으로 명시돼있다. 지난 17일 제1217차 위안부 수요집회에 참여했던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대구광역시, 88) 씨는 “역사의 산증인이 여기 있다”며 “정부에서 이런 식으로 국민을 대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했다.
합의는 국제법상 조약 요건을 갖추지 못한 형태로 이루어졌다. <조약 법에 관한 빈 협약> 2조 1항에서 ‘체결 당사국에 구속력을 부여하는 국제법상 조약으로 인정받으려면 ‘서면형식’과 ‘국가 간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위안부 합의는 국가 간 합의만 존재할 뿐 문건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약’으로써 강제성을 가질 수 없다고 해석된다. 김창록 교수는 “만일 이번 합의가 피해자들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라면, 국회의 비준을 거친 정식조약으로서 체결되지 않은 것은 당연히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수요시위에서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손지영 기자  sjy960718@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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