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개강,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도 신입생들이 몰려옵니다. 얼마 전, 한 신입생으로부터 상담요청을 받게 되었습니다. “저는 비법학사에, 법학 공부는 태어나서 한 번도 해보지 않았습니다. 법학 공부를 오래 한 학생들 그리고 우수한 학생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저는 선행학습도 되어 있지 않고, 더욱이 제가 시험을 볼 때 변호사 시험 합격률은 40% 이하로 예상되며, 언론에서는 이제 변호사들도 숫자가 너무 많아 시장 상황도 어렵다고 합니다. 다행히 현재 취직도 되어 신입사원 연수 중에 있는데, 이 길을 포기하고 로스쿨을 선택하는 것이 괜찮은 선택일지 걱정이 되고, 제가 입학해서 잘 따라갈 수 있을지도 걱정이 됩니다”.
저 역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로스쿨에 진학하였고 당시 고민이 많았습니다. ‘등록금과 생활비는 어떻게 하지? 현재 누리고 있는 삶을 포기할 수 있을까?’ 그러한 걱정을 하면서도 ‘성인이 된 지 벌써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나는 정말 나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한 적이 있었던가?’하는 물음도 떠올랐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기대, 사회·문화적인 고정관념, 언론과 시대 풍조 등에서 저는 자유로울 수 없었기에 모나지 않은 선택을 해오며 살아오고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모나지 않은 선택을 했던 것은 사실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이 겁이 났기 때문이고, 그런 선택 앞에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갓 대학생이 되었을 때, 학창 시절부터 오랜 시간 짝사랑해 온 친구로부터 어렵게 데이트 약속을 받아냈고 그날 우리는 <브리짓 존스의 일기>라는 영화를 함께 보았습니다. 그리고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했습니다. 거기서 우리는 서로의 꿈에 대해 이야기 하였고, 저는 막연하게 “변호사가 되겠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날 영화 속 남자 주인공인 콜린 퍼스의 직업이 변호사였고, 여주인공이 위기에 처하자 멋지게 구하러 왔기 때문이고, 나는 그런 너의 멋진 남자친구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때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났고, 오랜 짝사랑의 열정도 식어 버린 지 오래되었지만 저는 스스로 부끄러웠습니다. 나는 “변호사가 되겠다!”라고 했던 패기에 걸맞은 도전을 단 한 번이라도 했었던가. 그녀가 결국 나를 선택하지 않았던 이유도 말뿐이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겁쟁이 같은 모습 때문은 아니었을까.
저는 온전히 저만을 위한 선택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도 전부 제가 감당하겠다는 용기도 필요했습니다. 저는 더 이상 겁쟁이로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무난한 선택이 아닌, 나를 위한 나만의 선택을 하고 싶었습니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녀에게는 멋있는 남자친구가 되지 못했지만, “변호사가 되겠다!”라고 말했던 패기 넘치던 그 녀석에게만큼은 부끄럽지 않은 선택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신입생에게 이렇게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후회 없을 선택을 하시죠’라고.
우리에게는 언제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과 동경심이 남습니다. 그렇지만 갈림길 앞에서 후회 없을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고 감당하며 살아가야 하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조감사(법학전문대학원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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