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나는 새내기였다.
부산대학교에 입학한 지 벌써 한 해가 지났다. 수능을 치고 나서 몇 달을 정신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보내다 보니 어느새 2월, 생각하고 있던 대학의 로망으로 인해 들떠있음과 동시에 주위에서 현실이라고 이야기해주는 내용으로 인해 차분한 상태이기도 했다. 처음 보는 친구들과 함께했던 어색하기만 한 오티와 새내기 배움터가 눈 깜짝할 새 지나가고 입학과 동시에 개강이 다가왔다. 고등학생 때 선생님들께서 해주셨던 3년만 고생하고 대학 가서 쉬라는 말씀과는 달리 전공 수업 초반에 교수님께서 1학년 때 너무 놀지 말고 학점관리를 잘하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런데 그 말이 새내기의 귀에 들어올 리가. 1년간의 성적은 정말 한만큼만 나왔고, 남은 3년간, 혹은 더 긴 시간 동안 이 성적을 만회하기 위해 나는 고군분투해야 할 것이다.
대학의 가장 좋은 점이자 이전과 가장 큰 차이점은 ‘자유’인 것 같다. 대학 생활 내에서는 교양과목으로 내가 듣고 싶은 강의를 들을 수 있고, 내용이 같은 수업 중에서도 자신이 시간대를 선택할 수도 있다. 대학 생활 밖에서는 매일 스케줄이 정해져 있던 고등학생 때와는 달리 시간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자유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던 것이 이후에 기억에 많이 남고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특강에서의 졸업생이나 주변 어른들께서 취업하면 자신의 시간이 없어서 하고 싶은 것이나 여행, 그 나이가 아니면 못할 여러 가지 일들을 이 시간 동안 꼭 하고 오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그런 경험이 후에 일하면서 힘들 때 자신에게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라고도 말씀하셨다. 지금 생각하면 좋은 경험이 아니고 나쁜 경험이라고 기억할 수 있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 모든 것들이 ‘내가 이런 것도 했구나’ 하면서 하나의 소중한 추억이 될 수도 있다. 주어진 자유를 마음껏 누리며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은 하나의 선물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아직도 대학이라는 곳에서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이 남아있다.
수능이 끝난 이후부터 계속해서 스스로 선택해야 할 일들뿐이었는데 그 자유가 조금은 버겁기도 했다. 크게는 수업 시간표부터 작게는 그 날의 옷이나 점심까지 내가 골라야 하는 일투성이였기 때문이다. 수업 시간표를 정할 때에는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짜여있는 시간표대로 수업을 듣던 내가 직접 시간표를 짜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1학기에는 친구가 하자고 해서, 선배들이 이 수업이 좋다고 해서 들었지만, 결과가 썩 좋지 않다고 느껴졌고, 2학기 때는 스스로 수강편람을 확인하며 수업을 선택했다. 전부 좋았다고는 이야기 할 순 없지만 내가 자율적으로 선택한 수업이라서 누구를 탓할 수도 없고 모든 책임이 나에게 있었다. 선택의 자유가 주어진 만큼 책임감의 무게가 더해진 것이다. 이제는 선택의 책임감에 후배들을 챙겨야한다는 책임까지 얹어졌다.
어느새 2016년 3월, 나는 선배가 되었다. 

 김솔진(화학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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