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는 몇 가지 특징을 지닌다. 첫째, 이성과 합리성을 추구하여 비합리적이고 반이성적인 것에 대한 개혁 성향을 지닌다. 둘째, 개인의 자유, 생명, 사유재산권을 지고지순의 가치로 본다. 이 결과 개인을 공동체보다 우선시하는 개인주의 성향을 지닌다. 개인은 자유주의 안에서 동등하게 소중하며, 개인과 집단의 이해관계는 다원주의 안에서 존중된다. 셋째, 반국가주의 성향을 지닌다. 국가를 개인의 자유와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주체로 보는 것이다. 반국가 사조는 자유주의가 최소국가와 시장주의를 추구하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넷째, 낙관적인 세계관을 지닌다. 자유주의는 계몽주의의 아들로서 역사는 진보하고 인간사회는 조화롭게 발전해 나간다고 믿는다. 

  자유주의는 역사적으로 고전적 자유주의→근대 자유주의→신자유주의로 바뀌어왔다. 고전적 자유주의는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과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그리고 로크의 ‘최소국가론’과 ‘사유재산권’으로 대변된다. 그런데 고전적 자유주의의 한계는 시장주의와 최소국가, 사유재산권 보호에서 발생했다. 이 세 가지의 결합이 시장실패와 빈부 격차를 가져온 것이다. 시장실패는 시장이 보이지 않는 신의 손처럼 효율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을 보여주었으며, 빈부 격차 확대는 분배개선을 위해 국가가 시장에 개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이렇듯 시장의 무자비함이 국가 개입을 통해 통제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근대 자유주의’ 이다. 근대 자유주의는 자유주의의 본래적 정신인 이성과 합리성을 다시 회복하고 고전적 자유주의가 폐기한 국가를 다시 불러들인 자유주의이다. 근대 자유주의는 빈민과 교육기회 불평등 문제 등을 국가가 해결해야 한다고 믿으며, 생산과 소비가 불일치하는 시장실패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수요관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장과 국가의 절충을 시도한 것인데, 이는 케인스를 통해 구체화되었다. 신자유주의는 근대 자유주의에 대한 반발로 고전적 자유주의를 다시 복구한 것으로, 고전적 자유주의보다 더 강한 시장주의와 반국가주의를 추구한다. 신자유주의에서 국가는 혐오스런 괴물이자 공공의 적인 반면, 시장은 만병통치약이자 만능키가 된다. 정리하면 고전적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는 개인주의, 반국가주의, 시장주의, 최소국가, 다원주의, 낙관적 세계관 등과 친화적이며, 근대 자유주의는 시장과 개인주의의 과잉을 국가와 공동체의 개입으로 관리하려는 이념이다.   
  그런데 한국 자유주의는 이러한 자유주의와는 거리가 먼 변종이자 이종이다. 한국 자유주의는 공동체주의, 국가주의, 전체주의, 반공주의, 반종북주의, 갈등적 세계관과 친화적이다. 첫째, 개인주의에 친화적이지 않으며 반국가주의와도 거리가 멀다. 공동체주의에 가까우며 국가중심주의 성향도 지닌다. 한국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권이나 복지권보다 국가의 안정과 발전을 더 우선시한다. 그래서 국가안보의 이름으로 개인의 자유권을 침해하고 국가경제성장의 이름으로 개인의 복지권을 경시한다. 둘째, 시장주의가 아니라 국가중심주의에 친화적이다. 한국 자유주의는 발전국가모델과 개발독재모델에서 확인되듯이 시장주의보다 국가 주도 경제성장을 선호했으며,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개혁에도 불구하고 관료 중심 경제구조의 유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유주의가 시장주의가 아닌 국가주의를 선호하는 것은 한국 자유주의의 대표적인 이종적 특징이다. 셋째, 분단체제의 원초적 영향으로 반공과 반종북에 다름 아니다. 한국 자유주의는 반공과 반종북을 통해 사회를 갈등론적으로 관리한다. 이는 자유주의의 낙관적이고 조화로운 세계관과는 다르다. 넷째, 근대 자유주의 전통이 약하다. 빈부 격차와 독과점, 경제력집중 등과 같은 시장실패를 개혁하는데 무관심하다. 한국 자유주의는 자유주의가 지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개혁 성향을 지니지 못한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 자유주의의 성찰적 빈곤이 시작된다. 다섯째, 전체주의 성향마저 지닌다. 한국 자유주의는 권위주의와 군사독재 시절 자유민주주의 이름으로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를 억압했다. 그리고 이제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에서 한국 자유주의는 흉폭한 전체주의와 반다원주의뿐 아니라 역사의 반동주의마저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 
  한국 자유주의의 이러한 전체주의적 전통은 북한의 전체주의와 결합하여 그 완성을 이룬다. 다원주의를 거부하고 전체주의로 하나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는 교과서 국정화 측면에서 친북이자 종북이다. 국정에서 검인정으로 그리고 다시 국정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자유주의가 아니고 보수주의도 아니다. 수구도 아니고 역사의 반동일 뿐이다. 그러니 오늘날 한국 자유주의는 반동주의에 다름 아니다. 이런 형편없는 자유주의가 한국 자유주의일 수는 없다. 그러니 이제 한국 자유주의는 이성과 합리성에 기초한 자유주의의 본래적 성찰력과 개혁성을 배워야 한다. 민주화 30여 년이 지나서도 한국 자유주의는 변종이자 괴물이다.
 진시원(일반사회교육)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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