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저녁 9시. 대학본관 대회의실에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프레젠테이션의 화면 하나가 더 넘어가면 총학생회 선거의 결과가 드러날 터였다. 이 때, 필자는 후보자들을 바라봤다. 결과 발표를 앞두고 많이 상기 됐는지 손의 미세한 떨림이 2m 정도의 거리에 있던 필자에게도 감지될 정도였다.
문득, 지난 19일에 있었던 ‘헤이!브라더’ 선거운동본부 후보자들과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1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였다. 이 정도 시간의 대화라면 장막으로 자신을 감추더라도 본심이 드려나기 마련이다. 궁금증이 생겼다.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정후보는 故 고현철 교수 사건과 최우원 교수 사건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성찰했다고 한다. 그는 부조리한 현실에 반응하는 사람이었다. 부후보는 학생들과 직접 만나고 대화하는 선거 운동이 너무나 즐거웠다고 말했다. 그는 삶의 즐거움을 타인과의 공감에서 찾는 사람이었다.
이번 선본은 75.22%의 높은 찬성률로 당선됐다. 현 총학의 찬성률이 54.74%였고, 이전 총학의 찬성률은 64.91%였다. 내심 반신반의했다. 이번에 당선된 선본이 현 총학보다 더 상세하고 가치 있는 공약을 제시했나?아니다. 이번에 당선된 선본이 이전 총학보다 더 경험이 풍부한가? 그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무엇으로 많은 표를 얻어 당선에 이르렀는가? 필자는 그 원인을 시대정신의 선택에서 찾았다. 우리 학교를 둘러싸고 수많은 사건·사고가 발생한 올해, 그 태풍의 눈 한복판에 있었던 학생들은 시대와 사회 그리고 학교를 고민하고,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다. 필자는 두 후보들이 추구하는 가치관인 ‘시대에 대한 성찰과 학생들과 공감하기 위한 노력’이 이와 합치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학생들이 그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이유일 것이다.
이번 선본이 얻은 높은 찬성률을 보면,얼마 전 타계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집권 초가 떠오른다. 1993년 그의 국정 지지율은 93%까지 치솟았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정책에는 △5·13 담화를 통한 광주 민주화 운동 인정 △군장성들의 수뢰 혐의가 있는 율곡 사업에 대한 철저한 수사 △투명한 금융 거래를 위한 금융실명제 도입이 있었다. 하지만 하늘까지 올라갔던 지지율은 임기 말 8%까지 떨어졌다. 아들의 뇌물비리 스캔들과 외환위기 때문이었다.
<순자>에는 군주와 백성의 관계를 설명하는 명문이 있다. ‘군주는 배고,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배를 전복시킬 수도 있다’. 김영삼 대통령은 국민의 지지로 배를 띄웠다. 하지만, 그와 그의 주변에서 드러난 비리와 실책은 단숨에 배를 전복시켰다. 1997년 한국 역사상 최초로 야당에 의한 정권 교체가 일어났다.
이번 선거에는 몇 차례의 잡음이 있었다. 부후보자가 선거 규칙 위반으로 경고를 받았다. 총학 선본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더라도 경영대학 선거에서 대리 투표가 발생해 해당 단과대학의 선거가 원천 무효 처리됐다. 이 모두가 이번 선거로 출범할 새 총학에는 부담이 될 것이다. 이제 돌이킬 수 없이 그들은 배 위에 올랐다. 하지만, 처음의 압도적인 지지가 늘 끝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살펴봤다. 성공적인 임기를 위해서는 선거에서의 오점을 딛고 학생들이 원하는, 학생들의 지지를 받는 총학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들이 수면의 파문을 늘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박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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