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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한 번으로 저지른 살인
  • 주형우 기자
  • 승인 2015.11.30 08:30
  • 호수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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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SNS와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이야기를 접한다. 그 이야기들 속에 난무하는 진실과 거짓은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곤 한다. 흔히 말하는 사회의 여러 음모론 역시 이곳에서 만들어지고 빠르게 퍼진다. 사람들은 진위여부를 떠나 접하는 이야기들에 쉽게 반응하며, 이를 진짜라고 믿는다. 영화 <소셜포비아> 속 인물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들 역시 입맛대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자신이 본 모든 것들을 멋대로 믿어버린다. 이야기 속 숨겨진 진실에는 관심이 없다.
영화는 한 탈영병의 자살로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살한 탈영병에 대해 수많은 인터넷 댓글이 달린다. 그중 눈에 띄는 ‘레나(하윤경 분)’라는 닉네임의 댓글. ‘민폐 군바리, 자살로 인생 퇴갤했네’. 탈영병을 비하하는 댓글은 순식간에 인터넷상에 퍼져나간다. 댓글에 분노한 사람들은 순식간에 그녀의 신상정보를 알아낸다. 이름, 사는 장소, 나이 등 그녀의 모든 정보는 삽시간에 사람들에게 퍼진다. 몇몇 남성은 인터넷 방송을 하며 정의라는 이름으로 그녀와 ‘현피(현실과 ‘Player Kill’을 합친 말로 현실에서 만나 서로 싸우는 것을 의미)를 뜨러’ 간다. 그러나 그들이 도착했을 때 레나는 이미 목을 매단 채 죽어있었다.
경찰은 그녀의 죽음이 사람들의 비난에 의한 자살이라고 결론내린다. 하지만 현피를 뜨러 간 남자들은 그녀의 죽음이 타살이라고 믿는다. 레나는 원래 ‘베카’라는 닉네임으로 인터넷에서 유명했던 악플러였다. 그녀가 올린 댓글로 인해 많은 사람이 인터넷과 현실에서 매장당하기도 했다. 그중에는 실제로 자신의 이름을 바꾸고, 다니던 대학을 그만둔 사람도 있었다. 결국 그녀에게 원한이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이 그녀를 죽였다는 추측인 것이다. 이후 남자들은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그녀의 주변과 과거를 조사해나간다.
사회공포증, 즉 ‘소셜포비아’는 다수의 사람들 앞에서 불안감과 수치를 경험한 사람이 사회적 상황에 대해 공포감과 혐오감을 느끼는 증상을 의미한다. SNS의 등장 이후, 매일 틀로 찍어내듯 양산되는 허위·비방성 글들은 ‘공유하기’ 버튼 하나로 퍼져나가 사람들을 자극했다. 이에 노출된 우리는 큰 문제의식 없이 그 이야기들을 받아들여 왔다. 영화 속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레나의 댓글을 공유하며 그녀의 신상을 인터넷에 퍼뜨리는 사람들, 정의라는 명목으로 레나와 현피를 뜨러 가는 남자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며 즐거워하는 인터넷 유저들. 그들에 의해 누군가는 소셜포비아 현상을 겪는다. 사람을 만날 때 공포를 느끼며 점차 사회에서 소외되어가는 것이다. 끝내 그들은 죽음까지 선택하게 된다.
<소셜포비아>는 이런 SNS가 만들어낼 수 있는 무서움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진실의 여부와 관계없이 피의자는 비난하고 피해자는 동정하는 우리. 영화는 현실을 그대로 비추고 있다. 방송을 보며 레나와 현피 뜨러가는 남자들을 응원하던 사람들은 죽은 레나를 보자마자 남자들을 욕하기 시작한다. 익명성을 등에 업은 일반인들의 이중적 태도까지, 영화는 소름 끼칠 정도로 현실과 닮아있다.
SNS와 익명성에 대한 사람들의 갑론을박은 여전히 끊이질 않고 있다. 그것의 역기능과 순기능이 모두 뚜렷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이 가져다주는 피해에 대한 정확한 해결책을 찾는 것 역시 어렵다. 이 영화도 해결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관객들에게 경고하고 있다. 이 경고를 통해 무엇을 선택할 것이냐는 영화를 보는 우리들의 몫이다. 새로운 마녀사냥의 잠재적인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우리, 현대인들이 소셜 네트워크 속에서 살아가며 짊어져야 할 숙제 중 하나다.  

주형우 기자  sechkiwkd11@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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