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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자살자 1,000명, 손 놓고 있는 부산시
  • 김지영 기자
  • 승인 2015.11.28 08:05
  • 호수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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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 A 군은 이번에 또 취업에 실패했다. 이 소식을 부모님께 어떻게 전해야 하나, 월세는 어떻게 하나 마음이 복잡하기만 하다. 취업을 위해 면접관을 만난 것 외에는 사람을 만난 지 오래된 A 군은 사무치는 외로움과 서러움에 광안대교로 향한다. 극단적 선택을 위해 찾아간 광안대교에는 A 군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이 있었다. 24시간 전화상담에 응해주는 ‘생명의 전화’였다. 상담을 위해 A 군은 전화기를 들었다. 하지만 A 군은 ‘상담 중’이라는 기계음만 들어야만 했다.

지난해 부산광역시의 자살률은 전국 7개 광역자치단체 중 2위를 차지했다. 부산광역시는 높은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자살 예방 사업과 관련된 조례를 제정했지만, 해당 사업들은 행·재정적 문제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하루 3명 스스로 목숨을 끊는 도시 부산

   
 <전국 7개 광역자치단체 자살률 현황(2014년 기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에서 자살을 시도해 사망한 사람은 1,000명이다. 이는 하루 평균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의미다. 부산시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010년 전국 7개 광역자치단체 중 1위를 차지한 이후 계속해서 상위권에 머물러 있다. 올해 부산시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8.7명으로 인천광역시 29.1명 다음으로 높다. 특히 지난해에는 청년 자살률이 급격히 올라갔다. 지난해 부산의 청년 자살률은 청년 인구 10만 명당 19.7명으로 전년도 대비 4.7명이 증가했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이에 최송식(사회복지학) 교수는 “높은 자살률은 그만큼 많은 사람이 정신적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국가가 자살예방센터 등을 운영하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례만 내놓고 제대로 된 지원 없다
부산시는 높은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 2012년 <자살 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는 △자살 예방을 위한 전문인력 양성 △자살 예방 관련 기관 지원 △자살예방센터 설치 및 위탁운영 등에 관한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부산시의 조례 제정 이후, 부산 내 구·군에서도 자살 예방을 위한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 제정 후 3년이 지났지만 부산시 내에 자살 예방을 위한 기관은 확충되지 않았다. 부산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 내에는 부산광역자살예방센터가 있으며, 각 구·군에 설치된 정신건강증진센터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각 구·군 정신건강증진센터 내에는 자살 예방팀만 있을 뿐 별도의 센터는 설치되지 않은 상태다.
또한 기존에 설치된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도 자살 예방을 위한 인력과 지원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산광역자살예방센터의 실무자는 9명뿐이며, 부산시 내 각 구의 정신건강증진센터 실무자 수는 모두 7명 이하다. 그나마도 자살 예방팀에 배치된 인원은 더욱 적은 상태다. 북구정신건강예방센터 정진영 팀원은 “자살 예방 사업을 위해 배치된 실무자가 적고 편성된 예산도 적다”고 말했다. 이에 최송식 교수는 “자살 예방 업무와 실무자 모두를 위해 부산시의 더 많은 행·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명 살리는 ‘생명의 전화’ 지자체 지원 시급

   
 부산광역시 광안대교에는 자살예방을 위해 ‘생명의 전화’가 설치돼있다

자살 예방을 위해 전화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제 기능을 못 하고 있었다. 현재 부산의 24시간 자살 예방 상담전화로는 ‘부산인마음 핫라인’과 ‘부산 생명의 전화’가 있다. 전화로 하는 상담인 만큼 사람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어 자살 예방에 효과적이다. 부산광역자살예방센터 이봉용 씨는 “접근성이 높고 보통의 면대면 상담보다 부담이 적다”며 “위험한 경우에는 즉각적인 개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24시간 상담전화 역시 재정적·인적 자원이 부족해 원활한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비영리 민간기관인 부산 생명의 전화는 전문교육을 받은 시민봉사자들이 24시간 전화상담을 맡고 있다. 하지만 과중한 업무로 봉사자들이 줄어들고 있어, 상담을 원하는 사람이 전화상담에 실패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부산 생명의 전화 변윤진 사묵구장은 “하루에 5~10명의 상담원이 5교대로 일하고 있는데 24시간 일하기에는 버거운 상태”리며 “특히 야간의 경우는 업무가 힘들어 상담원이 더욱 적기 때문에 상담전화를 모두 받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변윤진 사무국장은 “생명의 전화가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행·재정적 지원이 필요한 상태다”고 전했다.

자살 원인 밝히는 심리적 부검도 지지부진
조례 제정과 함께 부산시는 2012년 전국 최초로 자살자에 대한 심리적 부검 사업을 진행했지만, 각종 어려움에 부딪히고 있다. 심리적 부검은 자살자의 유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을 통해 자살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심리적 요인을 찾아내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상영 선임연구위원은 “심리적 부검은 자살률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한다”며 “심리적 부검을 통한 자살원인 분석은 앞으로 자살 예방 정책의 방향을 잡을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심리적 부검을 실시한 실적 건수가 부족해 사업 추진에 대한 문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부산시가 실행한 심리적 부검은 총 242건으로 총 자살 건수 1,000건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그중 자살자의 자세한 사망 경위를 파악할 수 있는 ‘심층면접조사’는 단 48건에 그쳤다. 이 48건을 제외한 심리부검은 질문지로 이뤄진 간단한 심리면담조사였다.
이에 부산시는 유가족의 협조를 얻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부산시 건강증진과 한인숙 주무관 “심리적 부검은 유가족의 동의가 필요한데 우리나라 정서상 유가족들이 협조하기를 꺼린다”고 말했다.
또한 부산시는 기관 간 협력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부산시는 부산지방결찰청과 심리부검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어, 심리적 부검 전문요원이 경찰의 자살사건 수사에 동참하게 했다. 그러나 전문요원이 퇴근한 야간에 자살사건이 발생하면 경찰관 단독으로 심리부검 1차 검사인 유가족에 대한 질의를 맡게 된다. 한인숙 주무관은 “경찰관들이 업무의 특성을 몰라 유가족에게 폭언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올해부터는 경찰관 교육을 통해 업무 연계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했던 핀란드는 1986년부터 1996년까지 발생한 모든 자살사건에 대해 심리적 부검을 실행했다. 이를 통해 1986년에만 전체 자살자의 80%가량인 1,397명의 심리적 부검을 완료했다. 지난해 핀란드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17.3명으로 1986년 30.6명에 비해 거의 반으로 줄어들었다. 이상영 선임연구위원은 “핀란드의 사례는 국가적인 심리적 부검 실시가 자살 예방 정책 수립에 필수조건임을 증명해준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longwill@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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