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사람들이 건축을 일상에서 접하고 있지만, 관심 있게 들여다본 적은 없을 것이다. 나 또한 건축의 ‘건’ 자도 모르는 문외한이었다. 유명하다는 건축물 사진이나 작품들을 보고도 큰 감흥이 들지 않았다. 크고 화려한 것에 대단한 것인 마냥 감동했다. 건축물을 보고도 ‘크다’, ‘화려하다’, ‘돈이 많이 들었다’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축에 대해 공부를 하며 묘한 감정과 새로운 생각이 들었다. 왜 주변 상가는 다 비슷한 형태일까, 아파트는 변할 수 없을까, 역사적 사실과 건축이 어떤 관계가 있을까 하고 말이다. 혹시 여행을 다니며 뉴스나 광고매체 등을 통해 접한 건축물 건축물을 찾아다닌 적이 있는가? 직접 갔을 때 무슨 느낌을 받았는가? 위대함? 화려함? 수수함? 예스러움? 이미 지어진 유명한 건축물, 오래된 건축물을 보거나 일상에서 새로운 건축물이 지어질 때마다 보행로를 막고 불편하게만 느끼던 건축의 행위가 알고 보면 어떠한 가치를 지니는지 왜 이렇게 지어졌는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깊게 고민한 적이 없었을 것이다.
건축은 삶의 방식에서부터 비롯되었다. 건축은 생존을 위한 도구이자 시대, 자연에 적응하는 인간을 대변한다. 마치 ‘사진’과 같아 어디에, 어떻게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 우리가 잘 아는 움집, 흙집, 초가집 등의 형태는 ‘Shelter’로서 인류가 생존, 보호, 활동 위한 결과물이었다. 종교가 퍼지는 시기에는 신(神)과 성(聖)에 대한 열망을 건축으로 나타내었다. 르네상스에는 가치관이 신에서 인간으로 옮겨가게 된다. 즉 자연의 비례, 인간 척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가치관이 변화함에 따라 종교건축에만 집중했던 건축 활동이 공공건물, 주택 등으로 세분되었다. 또한, 시민혁명의 여파로 상류층만 이용하던 문화, 상업시설이 대중들에게도 퍼졌다. 근대에 이르러 합리주의와 산업혁명, 사회구조의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새로운 재료(철, 유리, 콘크리트)를 건축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사회는 생산성과 분업화에 가치를 두었다. 과학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이전에는 쉬이 찾아볼 수 없던 다양하고 거대한 형태의 건축을 보고 있다.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한 영역에 발을 딛게 된 것이다.
건축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수박 겉핥기식으로 바라보게 된다. 당시 시대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익숙하고 자주 들리는 건축의 이미지 하면 뉴스나 신문에 많이 나오는 단어들인 주택, 대출, 전세, 월세 등의 부동산 가치로 매겨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는 익숙하지 않은 것이나 내 전공이 아닌 타 분야에 대해 고정적인 시각이나 이미지로 기억하곤 한다.
21세기의 건축은 매우 혼란스럽다. 현재는 과거와 다르게 기준이 되는 척도가 없다. 물론 관심 분야가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건축뿐만 아니라 사물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선으로는 파악할 수 없다. 우리는 기계적 사고와 자본주의 문명에 덮여가는 색안경을 잔뜩 쓰고 있다. 커튼월, 화려한 금속판, 노출 콘크리트, 거대한 규모, 비정형적 형태만이 건축인 것처럼 말한다. 한 번쯤 여행을 다니며 유명한 건축물을 마주쳤을 때 기억하자. 바라보는 대상이 가지는 본질, 가치와 이유, 맥락을 파악하고 사고하는 시선으로 건축을 바라볼 때, 당신도 건축이란 영역에 한 발을 내딛은 것이다.

 
김동윤(건축학 석사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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