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는 사실은 필자로 하여금 남다른 감회를 느끼게 했다. 몇 차례의 수능을 거쳐 힘겹게 대학생이 됐기 때문이다. 작년 이맘때의 수능을 거쳐 필자는 부산대학교에 진학하여 대학 생활의 다양함을 맛보았으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이제 첫 학년이 막을 내리기까지 한 달이 남은 시점에서 필자는 문득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전공으로 이 학과를 선택한 이유’가 그것이다(적지 않은 분들도 이와 같은 숙제를 안고 있을 거라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나는 무엇 때문에 역사교육과를 선택하였는가? ’ 이 질문에 대하여 답을 하기는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 역사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선택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인문계열 학문을 홀대하는 사회 분위기를 고려할 때 이러한 선택이 안정적인 경제적 자립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역사를 공부하고 그것을 매개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주 전공으로 한 것은 이런 현실적 고민에도, 역사를 좋아하는 마음이 우선시 된 것으로 보아도 괜찮을 것 같다. 그렇다면 역사를 왜 좋아하게 됐는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버스의 가이드 누나가 들려준 주몽 설화는 필자로 하여금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해주었다. 이후 인간의 성공과 실패, 야망과 생존의 대서사시인 역사적 사건과 피와 땀을 흘리며 당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의 목소리는 필자의 변치 않는 친구가 되어 전율시키기도 하고 감동시키기도 하였다. 세종대왕이 자신의 시력과 건강을 맞바꾸면서 한글을 만드는 장면은 우리가 조상들의 유산 위에 살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정도전이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고, 정직한 사람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새나라 조선을 설계하는 모습은 삶의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이 진정으로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해주었다.
이처럼 필자는 실존했던 인물과 사건을 통해 역사가 가져다주는 서사적 재미를 즐기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된 이 시점에서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역사를 통하여 당대의 삶의 현장, 즉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았으며, 그런 삶을 만든 사회·경제·문화적 요인은 무엇이 있는지에 관해 분석하고, 이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 하고 싶은 욕망이 생긴 것이다. 역사를 단순한 이야깃거리로 치부하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역사는 흔히 거울로 비유되듯, 과거의 삶이 현재의 삶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일찍이 나폴레옹은 ‘인생은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포탄과 같다’는 말을 남겼다. 그렇다면 그 포탄이 날아갈 수 있도록 심지를 당기고 불을 붙이며 발사대를 잡는 외부적 요인이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것을 역사라고 생각하며, 역사가 자신의 삶의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역사를 공부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욕구가 필자가 역사교육과를 선택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1학년 대학생으로서 삶의 목표를 완전히 정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간의 모든 생각과 행동이 행복이라는 목적으로 귀결된다면, 이렇게 자신이 내린 선택에 관하여 한 번쯤 반추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김준형(역사교육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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