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 조선. 무슨 말인지 몰랐다. 지옥을 뜻하는 헬(Hell)과 조선시대가 왜 한 단어로 결합되었지? 설명을 듣고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조선시대처럼 신분상승은 제한되어있고, 온통 사방이 막혀 절망이 난무하는 지옥 같은 사회가 한국이라는 것이다. 아 하고 소리를 질러도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는 3포(연애, 결혼, 출산), 7포(취업, 주택, 인간관계, 희망)의 이 지옥 같은 사회.
이렇게 공감해주면 만족하는가? 그래 너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았으니 그렇게 살아도 누가 뭐라 할 사람 없어! 취업문도 저렇게 좁고, 기껏 직장을 얻어도 55세면 물러나야 하니 차라리 알바로 하루 하루 사는게 나을 수도 있어! 인생 한 방이야. 불금에 새벽까지 고성방가하다 해장술에 우연히 산 복권 한 장 터지면 우쭈쭈 대박 아니겠니! 쬐금 미안하지만 부모에게 ‘등골 브레이커’ 노릇해서 얻은 돈으로 청춘을, 인생을 즐기는게 우리가 해야 할 일 아니겠어! 이 헬 조선에서 우리가 무얼 할 수 있겠어?
그래 맞다. 한국이 헬조선이 된 것에 우리 책임이 없지는 않다. 정치, 사회, 경제 무엇인가 삐걱거리고 사람이 죽어가고 정신이 스러지는데도 태평성대를 외치는 이 사회는 어딘가 나사가 하나 빠진 듯하다. 미안하다. 하지만 말이다. 이 미안함은 이 역사와 사회 앞에 하는 것이지, 술에 빠져 게임에 빠져 스포츠에 빠져 불금에 빠져 그래서 의기소침과 절망과 벗하는 너에게 하는 말은 아니다.
알아듣게 말을 하자. 이 사회 시스템에 어딘가 문제가 있는 것은 맞지만, 그것으로 네 인생을 핑계될 것은 아니다. 나는 위로를 하고 싶지 않다.‘아프니까 청춘이야’하고 사탕 같은 달콤함으로 7포에 의기소침한 너에게 내 어깨에 기대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차라리 너를 내치고 싶다. 왜냐고? 모든 위로는 외부가 아니라 바로 너의 가슴 내부, 뜨거운 곳에서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울어도 좋다.
세상에 가장 변하지 않는 진실이 뭔지 아니?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이다. 나는 멋있다고 생각한다. 포루쉐, 루이비똥, 로렉스, 엘시티 아파트, 출세, 그딴 게 뭐가 중요하니? 그럼 뭐가 중요하냐고? 살아있다는 것. 더 정확히 말하면 살아있다는 것을 온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것. 단 한 번이라도 감동으로 가슴이 벅차오르고, 기뻐서 날 뛸 것 같고, 아름다움에 무릎이 풀려버리고, 사랑으로 모든 것을 감싸 안을 것 같고, 성취의 기쁨이 온 몸을 감싸 안는 순간을 느낀다면 인생 제대로 산 것이다.
그래도 부족하지. 이건 어떤가? stay foolish, stay hungry! 누구나 스티브 잡스가 될 수 없지만, 입양아, 대학 중퇴자, 자기 회사에서 쫓겨 난 자가 이 정도 살아왔다는 것은 대단하지 않니. 그래도 마음에 안 들지. 천상병이라는 시인은 인생을 소풍으로 말했다. 소풍, 얼마나 즐겁니. 옆 친구가 불고기에 5단 찬합을 싸오고 너는 김치에 꽁보리밥이라도 그 소풍은 띵까띵까 즐거운 거 아니니. 노래라도 한 곡 뽑아야지. 누군가 말했다. 알몸으로 와서 옷 한 벌 건졌으니 성공한 거 아니냐고.
그러니 헬 조선, 3포 7포, 그런 이야기는 그만 하자. 온 몸과 마음이 하얗게 될 때까지 살아있음을 느끼도록 살아가자. 너에게 행운을 빈다. 아니 이 말도 틀렸다. 행운은 이미 너의 것이다. 굿럭!

 김기홍(경제학) 교수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