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긴 시간의 우여곡절 끝에 총장선거가 끝났다. 교육부의 개입과 압력에 맞서 4년 넘게 끌어오던 총장선출 문제는 이제 우리 대학 구성원의 선택으로 결정되었다. 장기간의 농성과 단식투쟁 등, 끊이지 않고 이어지던 항의는 결국 한 동료교수의 의로운 죽음으로 극단에 다다랐다. 임기를 불과 5개월 남겨둔 총장이 사퇴하고, 전국대학이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구성원이 합의한 방식으로 새 총장 당선자를 선출한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리는 막 총장임용후보자, 그것도 1순위와 2순위 후보자를 뽑은 것이다. 이 말이 뜻하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앞으로 벌어질 일은 그만큼 예측하기 어렵다.
전호환 총장당선자 앞에는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우선 해결해야할 문제가 학교의 살림을 책임질 부처인사를 구성하는 일일 것이다. 적임자를 두루 물어 찾지 않고 관행처럼 논공행상을 따져 보직을 나눈다면, 그것은 시작부터 구태를 답습하겠다는 선언에 불과하고 효원인의 뜻을 저버리는 행위가 될 것이다.
우수 신입생 확보방안, 열악한 재정의 확충, 효원문화회관(굿플러스) 문제 해결, 미개발 양산캠퍼스 활용방안, 밀양캠퍼스 활성화방안 등 시급히 해결해야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그런데 이 일들은 모두 크게는 우리 내부에서 풀어가야 할 문제들이다. 정작 중요한 일은 외부(우리가 잘 아는)의 의지에 달려있어서, 우리가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해결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 점은 선거기간 중에 총장임용후보자추천위원회가 후보 모두에게 보낸 11개항의 ‘공개질의서’를 봐도 잘 알 수 있다. 그 질의서 중 가장 중요한 문항들이 조환규 교수도 우려했듯이, 총장과 우리 대학 차원에서 해결하기 힘든 사안이라는 것이다. 교육부가 직선제 포기를 전제로 우리 학교에 지원한 각종 재정지원사업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 과제인데, 교육부의 대학정책에 정면으로 맞선 유일한 대학의 총장 당선자가 이 정부를 상대로 어떤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심히 걱정이다.
교육부는 교육부대로 부산대학교를 주시하고 있는 전국의 모든 국립대학을 의식해서라도 우리 학교를 길들이려할 것이고, 우리는 우리의 의지대로, 또 우리를 따를 후속 대학들에 귀감이 되기 위해서라도 결단한 길을 꿋꿋이 가야할 것이기 때문에 뒤따를 일정이 험난하다. 효원인 모두와 총장 당선자의 지혜와 단결이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그 첫 조짐이 선거직후 정윤식 2순위 당선자와 3명의 입후보자 모두 전호환 당선자의 조속한 임용을 위해 합심한다는 의지표명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교육부가 할 수 있는 선택이 하나 줄었다.
이제 산적한 일을 새로운 총장을 중심으로 풀어나가야 할지, 아니면 다시 대립국면에 처해 지루한 소모전을 펼쳐야 할지 효원인 누구도 모른다. 경북대학교와 공주대학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그리고 최근 순천대학교의 사례에서 보듯이, 총장 당선자가 정상적으로 임용되느냐에 따라 부산대학교의 명암이 갈릴 것이다. 교육부의 대승적 결단과 전호환 총장의 순항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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