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취재 차 총장임용후보자 초청 토론회에 간 일이 있었다. 교육부의 재정지원과 관련한 질문이 주어졌는데, 후보자였던 주기재(생명과학) 교수의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국내총생산(이하 GDP)의 1%를 고등교육 예산으로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들으면서 ‘저게 현실성이 있나’ 싶었다. 한 해 1조 3천억 원의 기성회비를 대체할 능력이 없어, 법까지 만들어가며 기성회비 납부를 합법화했던 나라였다. 그런 나라에서 GDP의 1%만큼 고등교육 예산을 확보하도록 하겠다니. 하지만 고등교육 예산을 그만큼 확보할 수 있다고 약속한 사람이 또 있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다. 2013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를 확정하면서, 임기 내에 GDP 1%에 해당하는 고등교육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 교육부 계획보다도 한발 더 나간 것이다. 당초 교육부는 2010년에 ‘고등교육 재정투자 10개년 기본계획안’을 발표하면서 2020년까지 GDP의 1%를 확보하겠다고 했다. 한데 박근혜 정부가 이를 임기 내, 그러니까 2017년까지 실현하겠다고 앞당긴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에서 배정한 2016년 고등교육 예산은 9조 2천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올해를 기준으로 GDP의 1%를 추정하면 최소 15조 원인데 어떻게 2017년까지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것일까. 전체 예산의 규모가 부족하니 넉넉한 부분이 없다. 당장 우리 학교만 해도 장학금을 제외한 사업비는 매년 삭감되는 상황이다. 최초의 정부 주도 인문학 진흥 사업으로 기대를 모았던 ‘대학 인문역량 강화 사업’ 예산은 반 토막에 반 토막이 났다. 국립대 학생들은 이름만 바뀐 기성회비를 여전히 부담하고 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알바를 하며 강의를 하는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의 저자처럼, 강의료만으로 생계를 꾸릴 수 없는 시간강사들은 돈벌이 수단을 별도로 찾아야 한다. 결국 모든 것은 돈 문제다.
교육부는 재정지원 사업에 참여해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업’의 형태로 고등교육을 지원하는 것은 과연 바람직한가. 사업을 통한 예산분배는 필요가 아닌 성과에 기반한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대학이 질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지 못했다면, 그것이 전적으로 구성원들이 노력하지 않아서일까. 대학의 발전을 위해 충분한 지원을 제공하지 않았던 정부의 책임은 없을까. 문제는 또 있다. 교육부는 재정지원 사업을 통해 대학을 개혁하겠다고 말한다. 안정적이고 충분한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재정지원 사업은 다수의 대학에게 사활이 달린 문제다. 교육부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총장직선제를 폐지하고 기초학문을 축소해야 일류대학으로 인정받는 황당한 일이 가능한 것은, 교육부가 넉넉하지도 않은 예산마저 무기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어떻게 대학을 개혁하고 고등교육을 바로세우겠단 말인가. 재정지원을 무기로 대학을 압박하는 방식으로는 절대 ‘개혁’을 이뤄낼 수 없다. 더군다나 지금 고등교육에 필요한 궁극적인 개혁은 재정지원 사업 몇 개로 해결될 수준이 아니다.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학생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을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박근혜 정부가 스스로의 약속을 지킬 때에야 개혁의 닻을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부디 2017년 교육부 예산안에서는 GDP의 1%만큼 확보된 고등교육 예산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민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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