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쯤이면 총학생회장, 각 단과대학 학생회, 동아리연합회로 구성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선관위)가 꾸려진다. 총학생회가 선거 시즌을 맞아 중선관위로 개편한 것이다. 매번 지켜봐 온 모습인데도 항상 눈에 밟히는 것이 있다. 바로 학생회 회장들로 구성된 중선관위이다.
중선관위는 후보자 선거 세칙 심의를 비롯한 선거와 관련된 모든 사안들을 관리, 감독한다. 그러므로 중립성과 자율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총학생회가 중선관위로 전환되는 현 방식은 독립성을 훼손할 위험이 크다. 중선관위원인 총학생회 혹은 단과대학 학생회장과 연고가 있을 경우 해당 선거운동본부(선본)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2009년에 현실로 나타났다. 당시 휴학 상태로 출마 자격이 없었던 신창주 씨가 총학생회 선거의 후보자로 등록해 문제가 된 것이다. 선거 시행 세칙에 따르면 피선거권자는 ‘선거가 시행되는 학기에 재학중인 자’로 규정돼있다. 그러나 후보 등록 전, 중선관위 측이 ‘계절수업 복학신청자’로 피선거권을 확대했다. 이후 출마 후보의 편의를 봐주기 위한 세칙 개정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단일 선본이었기 때문에 선거 세칙을 입맛대로 개정하기에 더욱 용이했을 것이라는 의문도 지울 수 없다.
이처럼 학생들의 신뢰를 잃을 만한 학생회의 행동은 계속해서 이어져왔다. 2013년 총학생회장의 돌연 사퇴부터 총학생부회장의 제적 이후 지속한 학생회 활동까지. 학생들 사이에서 학생회에 대한 불신은 날이 갈수록 팽배해져만 갔다. 이것은 곧 학생들이 중선관위를 신뢰하지 않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 새로운 학생 대표자를 선출하는 일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학생회는 일반 학생들과 함께 활동함으로서 중선관위의 객관성을 높이고 학생들의 신뢰를 담보해야 한다. 공정하고 중립적인 선거를 위해서는 중선관위의 구성원에 제3자가 참여해야 하는 것이다. 경희대학교의 경우 ‘경희대 중앙선거관리위원 참여위원제’를 운영하고 있다. 경희대학교 총학생회는 회칙상 중선관위는 각 구성원의 1/5정도를 참여위원으로 선출하게 되어 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참여위원을 공개모집하고, 지원자에 한해 공개적으로 추첨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들은 활동 기간 동안 대의기구의 선출직 위원들과 동등한 권한을 가지며, 소정의 활동비를 지급받는다. 학생회장이 아니어도 중앙선거관리위원의 구성원으로서 선거에 관한 제반 사항을 심의하고 의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일반 학생들의 중선관위 참여는 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저조한 관심을 북돋을 수 있다. 3년째 계속되는 총학생회 선거의 단일 선본 출마와 단과대학 학생회 선거의 저조한 후보자 등록률을 타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중선관위는 일반 학생들과 함께 활동을 이어나감으로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모두 확보해야 나가야 한다. 물론 필요한 점도 많다. 중선관위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선거관련 전문 교육이 필요할 것이며, 위원으로서 참여한 사람들에게 지급될 수고비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그만큼 의미 있고, 도전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 대표자들이 진정 학생들의 참여와 관심을 원한다면 이와 같은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박성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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