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좋게 말하면 생각이 많고, 나쁘게 말하면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상상하거나,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추측하는 등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들까지 고민한다.
신문사에 들어온 처음, 이런 내 모습은 나에게 독이 되었다. 익숙지 않은 취재 과정과 낯선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은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거절당하면 어쩌지, 잘하지 못하면 어떡하나’라는 생각이 커지고 커져 내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 불어난 적도 많았다. 특히나 원활하지 않았던 취재나 마감 과정을 겪으면, 다음 주에 있을 취재와 마감을 미리 걱정하면서 ‘내가 신문사에 계속 있어도 될까’라는 걱정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이런 걱정은 남과 비교하면서 극대화됐다. 다른 동기들이 이뤄내는 성과들을 보면서 그렇게 하지 못하는 나와 비교하기도 했다. 걱정과 고민은 스스로를 깎아내리고 작아지게 만들었다.
고민은 나의 내면뿐만 아니라 외부로도 뻗어나갔다. 특히 취재원에 관한 고민이 가장 컸다. 내가 만나는 취재원이 내 기사에 상처를 받거나 곤란해질까 봐 기사를 쓰는 것이 무서웠다. 그래서 취재원에 관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소극적으로 발을 빼기도 했다. 이런 부분이 기사에서 문제가 돼 지적을 받으면, 고민은 더 커졌다. 대체 어떻게 써야 하나, 이렇게까지 써야 하나 하며 마감 도중에 편집국을 벗어나 무력감과 우울함에 빠지기도 했다.
만약 내가 이런 고민에 빠져 있기만 했다면, 아마 지금 이 낙수를 쓰고 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수습’과 이별하는 시기까지 왔다. 고민만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다양한 취재원들을 만나면서 정말 다양한 삶의 모습이 있다는 것을 보고,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을 들을 수 있었다. 취재하면서, 신문사 구성원들과 부딪히면서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나는 고민의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되는 것들이 참 많았다. 이젠 남과 비교하면서 나를 깎아내리지 않는다. 누구나 고민이 있고, 힘든 부분이 있다. 내가 못하는 것을 다른 사람은 잘할 수도 있고, 나는 내 나름대로 강점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는 나의 역량을 키우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더 일찍 이렇게 생각할걸 그랬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한 고민이 부질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런 고민을 했기에 다르게 생각하면 된다는 것을 알았고, 성장한 나를 만날 수 있었다. 재밌게도 부대신문은 나를 고민 속에 밀어 넣었으면서도, 다시 나아갈 수 있는 추진력을 줬다.
스무 살 봄을 맞아, 나는 내 삶의 밭에 부대신문이라는 씨앗을 뿌렸다. 지금, 낙수라는 절기를 맞이해 씨앗은 싹을 틔웠다. 이 싹이 평탄하고 쉽게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 비바람이나 가뭄 같은 힘든 시기를 맞이할 것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은 그럼에도 꽃을 피우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는 것. 내 삶이라는 밭에 환하게 핀 <부대신문>이란 꽃을 만날 준비를 하는 것이다. 

박지영 <대기환경과학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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